김혜수 "감독데뷔요? 시나리오 쓰긴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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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인터뷰] "연애도 공부도 시간없어 못한건 하나도 없어요"

역시 다르다. 2년 전, 그러니까 지난 2003년 그녀가 주인공을 맡는 것 자체로도 화제가 됐던 KBS 2TV '장희빈' 때의 짧은 인연(인터뷰 자리)을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인터뷰의 주객이 전도될 정도의 결코 흔들림없는 자태, 하지만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표정과 말투. 그 주인공은 바로 톱스타 김혜수(사진)다. 예상대로 '명품' 배우는 역시 달랐다.

지난 27일 오후 5시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인근 카페에서 김혜수를 만났다. 그녀는 자신이 주연을 맡은 잔혹 동화 '분홍신'(감독 김용균, 제작 청년필름)의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쓰리'에 이은 그녀의 두번째 공포물 출연이기도 하다.

빨강...그녀의 열정

김혜수, 생각만 해도 뜨겁다. 하이틴 스타에서 '충무로 여왕'이 되기까지 수많은 에너지를 발산했으리라. 이같은 그녀의 에너지는 '분홍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극중 위험한 상황속에서 자신의 딸아이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모습은 실제 애타게 딸을 찾는 모습이다. 연기가 아닌 실제와 같은 상황으로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하다. '신들린 연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 모습이 실제 어머니 같았나요? 호호호.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특별히 이렇게 연기를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하고 생각한 건 없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아이들을 좋아했어요.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딸로 등장하는 (박)시연이는 실제 딸처럼 여겨져요. 너무 예쁘지 않나요?"

'프로는 아름답다'는 말이있다. 김혜수에게는 강한 에너지와 동시에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주황...그녀의 에너지

김혜수는 '에너자이저'다. '건강미인'이라는 수식어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탄력있는 몸매와 뛰어난 미모.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똑같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이번 영화에서는 많은 에너지를 소진했다. 연기 생활 이후 처음으로 촬영을 뒤로 미루는 일이 벌어졌었다.

"주로 지하에서 촬영을 하면서 영화속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호흡을 크게 하다보니, 후두염, 기관지염 등 염증이란 염증은 다 생겼더라구요. 40도가 넘는 고열에다가 감기에 몸살까지. 이불이 피부에 닿는 감촉조차도 너무 힘겹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결국 쓰러져 이틀이나 병원 신세를 졌죠. 연기생활을 하면서 처음있는 일이었죠. 그때 너무 못먹어서 촬영을 다 끝마친 뒤 마구 먹었더니 4kg이나 살이 쪘어요."

이틀간의 병원신세. 20여년간의 연기생활 동안에 처음으로 발생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치부하는 그녀를 마구마구 칭찬해 주고 싶다.

노랑...그녀의 천진함

함께 있으면 좋은사람. 유쾌한 웃음소리, 넘치는 재치. '매력만땅'이다. '미인은 착하다'는 신종 격언이 있다. 미인에게는 누구나 상냥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사랑을 받고 자라서 사회에 불만이 없다는 의미다. 그녀도 그래서일까.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어린애들을 좋아했다는 그녀 나름의 변 때문일까. 인터뷰 내내 영화 속 딸인 박시연양이 그녀 곁을 떠나지 않는다.

'분홍신' 관객을 위한 조언 하나. 그녀의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웃음소리와 표정이 영화속에서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는 사실.

초록..그녀의 부지런함

"홈페이지 관리요? 제가 즐거워서 하는 건데요."

지난해 말부터 김혜수가 사이버 상에서 운영중인 미니홈페이지는 어느새 방문객 수가 385만명에 달한다. 엄청난 인기다. 영화 촬영스케줄로만도 바쁠텐데, 그녀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생각, 일상, 촬영장에서의 모습을 공개한다.

"제가 좋아서 하는건데요, 뭐. 재미있어요. 제 경우는 시간이 없어서 못한 게 한번도 없었어요. 연애할 때도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건 말도 안됐고, 책을 읽는다거나, 공부를 한다거나 저에게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건 성립이 안돼요."

파랑...그녀의 몸매 비법

김혜수를 보면 싱그럽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녀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10대에서는 청순한 아름다움을 발산했다면, 20대에서는 섹시함을 더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청순함과 섹시함을 고루 겸비했다. 몸매 또한 흐트러짐이 없다. 심지어 이번 영화에서 70% 이상 노메이크 업으로 등장해 청순함을 선보인다. 비법이 뭘까.

"특별하게 하는 운동은 없어요. 식습관이 좋을 뿐이에요.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못하니까 식습관에 신경을 쓰게 되더라구요. 저와 함께 일하는 스태프가 건강해질 정도에요. 분식 즉 밀가루 종류와 패스트푸드는 거의 안먹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식습관에 관한 유용한 정보들의 수집이에요. 전 식습관에 대한 정보가 많아요. 맹목적으로 하는 '몸매를 유지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기에 앞서 정보를 수집하죠. 크림스프가 먹고 싶을 때는 집에서 요리를 하는데요, 우유 대신 두유를, 생크림 대신 코코넛파우더를 넣고 만들어요."

남색...그녀는 독신주의?

독신주의자? 아니다.

"일하는 것 때문에 결혼이란 걸 미루고 그러지 않아요. 좋은 사람 나타나면 결혼해야죠. 나이가 있는데 결혼을 안하고 있으니까 주변에서 독신주의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좀 늦게 결혼한다는 것 뿐이지. 결코 독신이 아니랍니다. '때가 되면 하겠지'라고 생각해요."

보라...그녀의 미래

'배우' 김혜수, '감독' 김혜수. 우리에게는 '배우'가 더 익숙하다. 20년 넘게 연기를 해온 그녀에게 감독 데뷔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대학 때는 연출하고 싶었어요. 단편영화를 한 편 만들고 싶었죠. 대학생 때부터 써 온 시나리오가 지금은 꽤 많이 있죠. 갑자기 생각이 떠오르면 무조건 써내려가죠. 대학 때 쓴 시나리오는 정체성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인간의 이성과 본능이 대립하는 내용이죠. 결국 본능이 지배한다는 거에요."

이어 그녀는 김지운 감독에게도 들려줬던 최근 시나리오의 대강도 공개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죠. 어느날 사랑하는 두 남녀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어요. 근데 괴물 같은 흉직한 모습의 아이였죠. 여자는 아이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바뀔 것이라는 걸 직감하고 남자에게 헤어지자고 해요.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어요. 흉직한 모습의 아이는 면역성이 떨어져 얼마 안되서 죽게 되고, 그 뒤를 이어 여자도 죽음을 맞이하죠. 사랑에 대한 짧은 단상을 말하고 싶은 거에요."

그렇다면 그녀가 감독으로 나설 확률은 얼마나 될까? 곧이어 답이 되돌아온다. "20%. 일단 시나리오는 쓰고 있으니까 20% 정도 아닐까요?"

머니투데이 스타뉴스=구혜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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