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 입시안, 대학 권한 인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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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대는 2008학년도 입시에서 지역 균형선발 전형과 특기자 전형, 정시모집 등 3개 유형으로 각각 30%씩 신입생을 선발한다. 그동안 38% 정도이던 지역 균형선발과 특기자 전형이 3분의 2 규모로 증가하고 61%이던 정시모집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낙후지역 출신과 소외계층 학생에게 문호를 더 개방하고 다양한 분야의 재능 우수자와 경력자의 선발 비율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수능성적과 논술고사 등 학업성적 위주의 선발에서 벗어나 전형 유형을 다양화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 설정이다. 지역적으로 혹은 가정형편으로 인해 중.고교 때 적절한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아 잠재적인 재능을 계발하지 못한 학생에게도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대학들은 사회 각계각층의 학생을 뽑아 상호간에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하는 입시정책을 실시해 온 지 오래다. 국내의 대학들도 신입생 구성원을 다각화해 대학교육의 기회만큼은 모두가 평등하게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정시모집 때 수능은 응시자격으로만 활용하고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의 비중을 높이려 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수능 1등급이 2만4000명이고 영역 간, 과목 간 난이도가 들쭉날쭉한 마당에 대학이 학생 간 실력 차이를 명료하게 구분할 재간이 없다. 고교의 교과과정과 평가방법이 제각각인데 동일한 기준으로 내신을 평가하기도 어렵다. 교과목을 영역별로 묶어 대학교육에 필수적인 창의력과 사고력, 분석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논술고사의 실시는 너무나 당연하다.

서울대의 논술고사가 본고사가 아니냐고 따지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이다. 어떻게 논술고사와 본고사를 구분할 것인가. '특목고 유리' '일반고 불리'도 학부모와 학생 각자의 입장에서 제기하는 발목 잡기다. 모든 국민이 만족하는 입시제도의 도입은 불가능하다. 가르칠 학생을 선발하는 철학과 방식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대학의 입시는 대학의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도, 학부모도 간섭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