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논술방 우리들의 수다] 평화통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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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함께 지혜를 모으자
-김회진 <을지초 6년>

적화통일이나 북진통일은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탱크로 차지하는 전쟁이다. 서로가 피를 흘릴 수밖에 없는 무력통일은 우리민족의 불행만 가져온다. 따라서 통일은 '탱크를 녹여 보습으로 만들 때' 가능하다.

하지만 통일은 힘들다. 통일되면 남쪽이 경제적으로 너무 손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나라이름, 국기, 문화, 언어 등을 하나로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생사도 모른 채 살아가는 이산가족들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통일은 꼭 해야만 할 것 같다.

당장 하나의 정부를 세우고 한 명의 대통령을 뽑고, 나라이름과 화폐단위를 같게 하기에는 부작용이 많다. 그래서 우선 남북 군사회담, 학술문화교류, 민간교류 등을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예컨대 남북공동언어사전 편찬을 위해 국문학자들이 모이거나, 남북어린이들이 함께 역사수업을 하며 공동역사교과서를 만들어 보는 거다.

그렇지만 우리민족끼리 지혜만 모은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 주변의 4대강국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외교적으로 설득하는 방법도 남북이 함께 지혜를 내야 한다.

우리가 자유롭게 만나 멋진 평화통일방안을 내다보면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처럼, 우리의 휴전선 철조망도 언젠가 우리들의 지혜를 먹고 '평화통일기념관 울타리 꽃'으로 활짝 피어나지 않을까.

*** 총평

논의 전개 일관성 돋보여

우선 논제가 무엇인지를 잘 꿰뚫고 자신의 평화통일 방안을 잘 정리해 쓴 게 좋다. 또한 간결한 문체, 명료한 표현력, 단락의 유기적 결합, 논의전개의 일관성 등 무엇 하나 나무랄 게 없다. 특히 아이젠하워 전 미국대통령의 말인 ‘칼을 녹여 보습으로’를 떠올리게 하는 ‘탱크를 녹여 보습으로 만들 때’라는 문장은 ‘사회과학적 상상력’과 ‘문학적 상상력’이 결합된 멋진 표현이다.

그러나 창의력이 조금 부족한 듯싶다. 남북 민간교류 확대, 국가연합 혹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 주변국과의 외교적 타협 등은 이미 기성세대들이 이론적으로 논의할 만큼 하고 있다. 어린이다운 기발한 상상력으로 다소 엉뚱할지라도 참신한 평화통일 방안을 좀 더 내놓았더라면 맛깔난 ‘문학적 논술(칼럼)’이 되었을 성 싶은데 아쉽다. 허나 열세 살의 글치곤 비범하다.

이수봉 학림논술아카데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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