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책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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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본주의경제아래서 기업의 존재의의와 행동양식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
최근 동아자동차와의 수평통합을 앞두고 기아산업의 경영자가 개인소유주식 모두를 종업원들에게 넘기려는 구상은 두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있다.
하나는 정부가 해오고 있는 기업통폐합 정책의 타당성과 기업경영자율성과의 충돌이며 또 하나는 새삼 기업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기아와 동아 두자동차메이커의 통합은 난항을 거듭한 그동안의 협의과정이 말하고 있듯이 타율적인 조정에 의해 별개의 법인을 하나로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입증하고 있다.
비록 국내외여건의 변화로 경영이 부진하여 타인자본에 과도하게 의존하고있다고해도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당하고 싶지 않은것은 당연한 것이다.
기아의 경영자가 통합을 앞두고 전소유주식을 새로 구성하는 재단법인에 넘기고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하는것은 통합책에 대한 하나의 반발로 해석할 수도 있다.
3대자동차메이커의 하나로 꼽혀온 기아로서는 전통과 명예와 긍지를 하루아침에 잃게 되는 것을 참기 어려왔는지도 모른다.
이번 기아의 동태는 그것이 기아에 국한하지않고, 기업의 의욕을 저상하여 가뜩이나 떨어지고있는 설비투자동향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치지않을까 우려된다.
기업경영과 정책과의 마찰이 드러난 하나의 실례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부닥치는 문제의 핵심은 자본주의의 개념과 기업과의 관계다. 「모리스· 돕」 은 「자본주의의 어제와 오늘」에서 『자본주의는 생산을 영위하기 위한 도구나 기구내지는 건물및 재고품-한마디로 말하면 자본-이 주로 사적 혹은 개인소유의 바탕위에 서있는 제도라고 해석된다. 좀더 개괄적으로는「사적기업」의 제도로서 설명할수도 있다』 고 정의하고있다.
그런데 이 사적소유의 개념은 공적목적과 반드시 합일 되는 것이 아닌데서 여러가지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사적기업은 어떻게 국민경제에 기여하고 있는가.
기업본연의 사명은 사회에 값싸고 양질의 제품을 제공하고 수출시장 개척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며 취업의기회를 널리 주어 소득의 향상과 분배를 기함으로써 사회안정을 가져오는데있다.
그러한 기업활동의 결과는 납세를 통해 국력을 축적해 가는데 이바지한다.
이러한 기업의 행동은 국민경제의 이익과 법규등 사회규범에 저촉되지 않는한 어디까지나 경영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만한다.
따라서 공공의 이익에 배치될 경우에는 제약이 뒤따르고 제재도 받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기아자동차의 사태를 가늠하는 척도도 스스로 찾을수가 있을 것이다.
국민경제의 발전이라는 거시적입장과 기업경영의 자유원칙이라는 미시적입장을 함께 고려하여 합리적인 조정수단을 선택해야한다.
경제개발계획 추진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어야하는 산업의 재편성과정을 우리는 여러번 보아왔다.
그때마다 기업의 정리, 통폐합이 반드시 기업만의 책임이었으며 정리작업이 성공적이었느냐에는 의문이 없을수 없었다.
산업정책과 기업경영의 자율성은 절대로 공존해야만 국민경제에 보탬이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다시금 새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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