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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료비 절반으로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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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27일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은 2007년까지 암 등 중증 질환자의 고액 진료비 본인 부담을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그동안 진료비 가운데 100만원을 부담했던 암 환자의 경우 올해 9월엔 67만원, 내년에는 56만원, 2007년에는 47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또 일반 환자도 식대와 병실료가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 입원비가 훨씬 줄어든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전체 진료비 가운데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돈의 비율을 현재의 평균 38.7%에서 내년에 32%, 2007년 30%, 2008년 28.5%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 "중증 환자로 인한 가계 파탄 막겠다"=정부는 올해 암과 중증의 심장.뇌혈관 질환 등 3개 질환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9~10개 질환까지 집중 지원 대상을 늘릴 방침이다. 집중 지원 대상이 되면 특진비와 일부 식대, 차액 병실료 등을 제외한 진료비의 거의 모든 항목이 단계적으로 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또 5대 암 검진비의 경우 환자부담액이 50%에서 25%로 줄어든다.

올해는 백혈병.위암.폐암.자궁암 등 연간 32만 명 이상의 모든 암환자와 개심 수술을 받는 중증 심장질환자 약 4000명, 개두 수술을 받는 중증 뇌혈관질환자 약 7000명이 대상이다. 이들은 항암제를 비롯한 의약품과 검사비 일부 등은 올 9월부터, 초음파.PET(양전자단층촬영장치) 검사비는 내년 1월부터 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특히 이들에겐 현재 20%인 건강보험의 법정 본인 부담률도 올 9월부터 10%로 줄여준다.

이를테면 위암환자 A(55)씨의 연간 총 진료비가 10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현재 본인 부담 532만원이 올 9월에는 356만원, 내년 1월에는 299만원, 2007년 1월에는 255만원으로 줄어든다.

◆ 식사와 병실 이용료도 줄인다=한 시민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위암.간암 등 6대 암환자의 입원 진료비 중에서 비급여 비용의 약 60%를 차지하는 것이 상급 병실료 차액, 선택진료비, 식대였다. 실제로 암환자들은 보험적용 기준인 6인실이 없거나 감염 등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암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이른바 '3대 비급여 항목'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는 이용자들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가장 우려되는 선택진료비만 남겨놓고 나머지 두 항목에 대해 보험급여의 문을 열었다. 특히 다른 질환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모든 입원환자에 적용키로 한 것이다.

3인실 이용료가 9만원인 서울 3차 의료기관의 경우 현재 환자는 보험 적용 기준인 2만9000원의 20%인 5800원과 나머지 차액 6만1000원을 합해 6만6800원을 지불해 왔다. 그러나 3인실이 급여율 50%로 보험 적용이 될 경우 9만원 중 4만5000원만 내면 된다. 2만1800원의 절감 효과가 있는 셈이다.

대신 의료기관마다 식사 내용이나 병실의 수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보험료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식대,상급 병실 이용료에 대한 건보적용이 이뤄지면 건보공단의 가격규제가 불가피해 수입감소에 따른 병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 감기 진료비 지원 삭감도 검토=재정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복지부는 국내 보험료율이 임금의 4.31%로, 독일 14.4%나 프랑스 13.55%, 일본 8.5%에 비해 턱없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부담-저급여' 체계에서 일단은 '중부담-중급여'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8년이 되면 보험료율은 최소 5% 수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을 통해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에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복지부는 ▶감기 등 경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지출 삭감 검토 ▶호스피스 제도 활용을 통한 말기 암환자의 비효율적 지출 억제 ▶암 조기 발견을 위한 5대 암 검진사업 지원 등의 보완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병.의원의 부당청구로 인한 재정 누수를 방지하고 의약품 저가 구매를 유도하며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보험 관리를 보다 엄격히 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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