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빈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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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으로 전국에 펴진 초비상경계망 속에서도 각종 강력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파일로트 만년필제조회사의 전무부인이 피살된 사건에 이어, 20일 낮 2시쯤 서울 고척동에서는 20대 주부가 강도의 망치에 맞은 일이 있었고 이날 초저녁엔 부엌칼을 든 강도가 영등포의 빌딩관리인 집에 침입, 금품을 털어 달아나려다 붙잡힌 사건이 났다.
미국문화원방화사건은 일부 불순분자의 소행으로, 파일로트회사 전무부인 피살사건은 면식범에 의한 범행으로 수사당국은 보고있다.
왜 이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는 범인이 잡히면 알려질 일이지만, 전경찰력이 투입되다시피 한 비상경계망을 뚫고 강력사건이 빈발하고 있다는 것은 어쨌든 충격적이다.
요즘 일어나는 각종 강력사건에 공통점이 있다면 범인들은 겁없는 10∼20대가 대부분이고 느닷없이 흉기를 휘두르는 행동, 잔인, 포악성을 들 수 있다.
순간적인 충동에 따라 끔찍한 점죄를 저지르고도 별다른 죄의삭조차 느끼지 않는 것이 청소년범죄의 특성인 것이다.
어린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그 집의 부녀자를 욕보인 행위도 크게 보면 최근 접종하는 범죄의 잔인, 흉포성의 범주에 들어간다.
우리가 쓰는 어떤 말로도 인간수심의 그 극악성을 다 표현 못할 그런 범죄행위에 대해 극형으로 대처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경찰은 강도추행범에 대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라는 지시를 내렸거니와 민정당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법개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법률이나 제도는 그 시대, 그 사회의 주어진 여건에 따라 개정되고 또 고쳐져야 함은 당연하다. 최근 빈발하는 「강도추행범」은 전통적인 가족과 가정제도에 대한 전면부정행위다. 범인들은 좋게 말해서 별다른 죄의식도 없이 일시적인 충동으로 저지르지만 피해자들이 입는 정신적 피해는 이루 형언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한 가정이 파괴될 수도 있고 마지막 선택으로 자살을 하는 경우마저 있다.
그런 뜻에서 10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는 형법을 고치거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중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에 새로 「강도추행범」을 추가하는 입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법을 아무리 엄격히 해도 그것이 사후 응징책은 될 수 있을지언정 사전예방의 효과릍 거두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법이나 제도는 인간이 지켜야할 하나의 규범이나 기준은 될 수 있을지언정 그것자체가 범죄롤 사전에 예방하는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산업화, 현대화의 진전에 따라 각종범죄가 늘어나고 흉포화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범죄를 줄이고 죄질이 극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은 경찰력강화라든지 수사당국과 국민들의 면밀한 공조체제등을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
통금해제 후 절도법등 일부 범죄가 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강력사건이 백서에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이 뜻하는 바를 헤아려 보자.
범인들의 대담성에 비추어 범죄예방을 경찰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때는 바야호로 봄, 행락철을 맞아 집을 비우는 일이 많은데 도둑들은 그런 틈을 노린다. 시민들은 범죄를 막는 일차적인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인식을 가다듬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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