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스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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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입증된 것일까. 신사복의 옷깃이나 넥타이 폭이 언제는 한없이 넓어지더니, 다시 좁아졌다. 아니 요즘은 또 넓어지는 중이다. 숙녀복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의 디자이너들은 새봄과 함께 미니스커트시대의 재림을 예고하고 있다.
60년대 미니가 꼭 끼는 상자형이었다면 오늘의 미니는 폭이 넓고 여유가 있어 보이는 것이 다를 뿐이다.
60년대의 미니가 여성해방을 선언하는 정치적 저항의 패션이었다면 올봄의 미니는 여성선언의 패션이다.
영국의「메리·퀸트」가 치음 미니스커트를 창안했을 때 의도했던 것은 당시의 패션들이 지향하던 모든 것에 대한 거부였다. 성적 매력의 대담한 과시가 그의 의도였다.
거기엔 물론 장난기가 보였다. 그걸 대서양건너 미국의 장난꾼이 받아들였던 것은 당연했다. 토플리스 수영복과 노브라 브라, 그리고 안이 들여다보이는 투명블라우스의 창시자 「루디·제른라이히」가 미국에서 처음으르 넓적다리를 내놓게 만든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오늘의 미니는 블루진보다도 더 완전한 무장이다. 타이츠와 스웨터로 보강하기 때문이다.
올 봄 파리 패션의 선두주자 「이브·생·로랑」의 춘추복컬렉션에도 새 미니가 등장했다.
영국의 「찰즈」황태자와 「다이애너」양의 세기적 결혼식이 런던에서 있던 날 파리에서 열렸던 그의 추동 패션쇼에서도 미니 스커트가 벌써 나타났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미국디자이너 「할스턴」은 75년 모드전에서 「스킴프」란 이름의 미니를 전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다. 「재클린·오나시스」와 여우「라이저·미넬리」의 단골 디자이너가 내놓은 미니 스커트는 곧장 패션지 「위민즈·웨어·데일리」에 대대적으로 개재됐었다.
그때 시민의 반응은 차가왔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메아리가 들려오고 있다.
그것은 또다른 가설의 입증일지도 모른다. 스커트의 기장은 경기의 동향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다. 호황기엔 짧아지고 불황엔 길어진다는 것이다.
무릎 위 20cm의 초미니가 나온 것은 67년 고도경제성장이 정점을 이룬 때였다. 달러 쇼크, 오일 쇼크와 때맞추어 미니는 가고 긴스커트가 나타났다.
스커트 길이와 상품의 유행주기를 연관짓기도 한다. 상품이 개발되어 보급되고 다시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 드디어 판매중지가 되는 상품수명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스커트 길이의 소장주기는 불규칙하다. 그러나 15년 혹은 30년 설이 유력하다.
디자이너와 의류학자의 상술이란 설도 있다. 그러나 패션전문지 「보그」의 편집자 「다이애너」여사는 『패션은 정당한 것』이라고 반박한 적이 있다. 인류학자 「크뢰버」박사도 『패션을 이끄는 힘은 사회적인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행이 몇 사람의 뜻대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논쟁에 끼어들 필요는 없다. 그저 미니 스커트로 드러날 숙녀들의 각선미와 그에 따라 맞게 될지도 모를 새봄의 호경기를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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