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문화원 방화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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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산의 미국문화원방화사건에 우리들 모두가 충격을 금할 수가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사건이 사람들의 출입이 많은 공공건물에서, 그것도 백주에 공공연히 저질러졌다는 사실이다.
사건직전에 범인들이 뿌린 것으로 보이는 전단이 한일경협반대, 88올림픽반대, 한국에 의한 북침준비규탄, 미국의 식민지주의규탄 같은 불순한 내용을 담고 있는걸 보면 범인들이 한국사회에 불안을 조성하고자 하는 과격분자들의 조직에 속하는 자들 같다.
그들이 단순히 과격분자들인지 또는 북한의 지휘를 받는 파괴분자들인지는 한미합동수사당국에 의해 의해 멀지 않아서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우리가 이번 기회에 분명히 천명해두고 싶은 것은 한미우호관계는 그 어느 개인이나 세력의 파괴활동이나 방해공작에 의해서 이간될 수 없다는 점이다.
전단의 내용이 북한의 선전구호와 같은 것인데 그런 주장에 동조하거나 현혹될 한국인은 없다.
북한의 군사력증강, 남침태세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최근 거듭 확인되고 있는 그대로다. 그리고 바깥세계에서는 미소대결의 자세가 고조되고 특히 소련의 극동군사력 증강이 지난 수년동안 부쩍 눈에 띈다.
이렇게 한반도 안팎의 정세가 긴장되어 있는 가운데서도 우리가 안정을 다지고 있는 것은 한미간의 협력에 크게 힘입고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팀 스피리트82」한미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어 외부의 위협에 대한 한미공동대처의 노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화되고 있다.
군사적인 분야를 떠나서도 한국과 미국은 지금 수교 백주년을 맞아 우호무드는 절정에 이르고 있다.
미국문화원 방화분자들은 이런 우호·협력 무드에 찬물을 끼얹고 한국과 미국의 여론을 자극하여 두 나라관계를 크게 손상시킴으로써 우리의 안정기반을 흔들고 안보태세를 흐트려 놓으려는 획책인 것 같다.
방화범들과 그 배후세력의 어리석은 판단에 우리는 조소를 금할 수가 없다.
한미관계는 박동선사건, 철군파동, 인권시비 같은 역경까지도 이해와 협력의 정신으로 극복한 사실의 중요성을 그들은 모르는 것 같다.
미국은 한국을 위해서 이 땅에서 피를 흘렸고 우리는 미국을 위해서 베트남에서 피를 흘렸다. 어느 누가 어떠한 국제정치학이론을 들고 나와서 반론을 제기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한국과 미국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호의존관계에 있는 것이다.
한미관계를 이간시키려는 파괴활동이 잦으면 오히려 두 나라관계는 강화될 것이고 한국사회의 안정을 무너뜨리려는 집단의 공작이 우리들의 눈앞에 행동으로 나타날 때 그 안정을 지키려는 우리들의 노력은 그만큼 배가될 것이다.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서 사회적인 안정은 필수적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사회가 파괴활동을 용납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구권의 경제파탄이 잘 설명하듯이 사회주의경제체제는 지금 그 근본이 흔들리면서 말기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북한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철저한 폐쇄사회의 베일에 가려 그 참상이 바깥세계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우리가 우리들의 체제에 대한 신뢰와 자신을 잃지 않는 한 불순분자들의 파괴행위는 우리사회 어디에도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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