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살인더위'…이런 질병은 특히 조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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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리나라 여름은 고온다습한 것이 특징이다. 습도가 높으면 달아오른 체온이 발산되지 않아 더위를 더 느끼고, 끈적한 피부로 인해 불쾌지수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노약자와 만성병 환자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알아본다.

◆ 당뇨병 환자=여름철 관리가 특히 필요한 병이다. 땀을 많이 흘려 탈수가 되면 혈당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분한 수분 공급이 필요하다. 단 당분, 칼로리가 함유된 음료 대신 시원한 생수, 보리차 등 혈당을 상승시키지 않는 종류로 마셔야 한다. 예컨대 콜라가 먹고 싶다면 칼로리 없는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라는 것.

무심코 많이 먹는 과일도 혈당을 올릴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박중열 교수는 "여름철엔 당도 높은 수박을 여러 쪽 먹거나 참외를 한두 개씩 먹어 혈당 조절에 실패하는 일이 잦다"고 들려 준다. 수분과 비타민 공급을 위해서 과일은 한두 쪽만 먹고 대신 야채.오이 등 당분이 없는 채소를 듬뿍 섭취해야 한다.

운동을 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운동 장소는 가급적 냉방이 잘 된 실내에서 할 것. 만일 야외 운동을 즐기고 싶다면 기온이 떨어진 새벽이나 저녁 시간대를 택해야 한다. 또 운동 중 탈수를 막기 위해 운동 전은 물론 운동 중에도 잊지 말고 수시로 물을 마셔야 한다.

발 관리도 중요하다. 발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편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또 저녁에는 발을 깨끗이 씻고 로션 마사지를 하면서 상처난 곳이 없는지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박 교수는 "말초신경염을 앓고 있는 당뇨 환자는 발에 상처가 생겨도 통증을 못 느껴 방치하다가 심각해진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일례로 이열치열이라며 사우나를 하다 발에 2도 화상을 입고 본인은 모른 채 방치하기도 한다는 것.

◆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자=더위가 심하면 땀이 나면서 탈수 상태에 빠지기 쉬운 데다 혈관도 지나치게 확장되기 쉽다. 결과적으로 적절한 양의 혈액을 순환시키기 위해 심장의 부담이 증가한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는 "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은 사우나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기온이 섭씨 29도 이상이 되면 심장병.뇌졸중 환자 발생률이 증가하고 32도 이상에선 뇌졸중은 66%, 관상동맥심질환은 20% 증가한다는 외국의 연구결과가 있다.

특히 고혈압 치료제.심장병 치료제 등을 복용하는 환자는 약으로 인한 저혈압 위험뿐 아니라 더위 효과까지 겹칠 수 있다. 성 교수는 "심혈관 질환자는 일광욕을 하다가 깜빡 잠이 들거나, 더운 곳에서 장시간 구경을 하다 졸도하는 일도 발생한다"고 들려 준다.

운동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시원한 장소에서 수분을 충분히 마시면서 해야 함은 물론 운동 시간도 한번에 한 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누워서 역기 들기 등 복압이 올라가는 근력강화 운동은 삼가는 게 좋다 .

◆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갑상선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신진대사가 지나치게 활발해지는 병이다. 겨울에도 더위를 느낄 정도로 땀이 많이 나고 심장 박동이 활발해져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낀다. 또 많이 먹어도 체중은 준다. 여름철 무더위는 갑상선기능항진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따라서 여름 나기가 너무 힘들다고 느끼는 여성은 갑상선기능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안전하다. 일단 진단이 내려지면 치료는 즉시 시작해야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치료법은 약물, 방사성 동위원소, 절제술 등 세 가지가 있다. 환자의 상태와 기능항진 정도에 따라 내분비내과 전문의가 치료 방침을 결정해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 사례:53세, 남자

▶ 병력:15년간 먹는 약으로 당뇨병 조절. 혈당이 200을 넘기는 경우도 있음. 말초신경병증으로 감각이 무딘 편

▶ 문제가 된 계기:해수욕장에서 뜨거운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음. 집에 돌아와 발바닥에 화상 입은 것을 발견. 다음 날부터 염증과 함께 열이 남

▶ 진단:발에 화상과 이로 인한 2차 감염

▶ 치료:입원해 주사로 항생제 투여. 혈당 조절 철저히

▶ 경과:발에 생긴 세균 감염 치료(열 떨어짐). 치료 과정과 기간이 정상인에 비해 2배 이상 긴 편

▶ 담당의사 의견:자칫 했으면 발이 썩어 다리를 절단할 뻔 했다면서 혈당 및 철저한 발 관리를 주지시킴

*** 노약자, 한여름 더위 나는 법

-갈증은 시원한 물, 보리차 등으로 충분히 해소한다

(당분이 함유된 청량음료, 맥주는 가급적 삼간다)

-단 과일은 한두 쪽만 먹고 대신 오이.토마토 등을 충분히 즐겨 먹는다

-매일 저녁 발 관리를 철저히 한다

-맨발로 다니지 않는다

-운동은 시원한 시간, 시원한 장소에서 조금 땀이 나고, 약간 숨이 찰 정도만 한다

-운동 전.중.후에 물을 충분히 마신다

(운동 2시간 전 한두 컵, 30분 전 한 컵, 운동 중엔 15분마다 반 컵 정도)

-5도 이상 급격한 기온 변화를 피한다

(냉방→더운 곳, 더운 곳→냉방을 오가지 않는다)

-아무리 더워도 찬물 대신 미지근한 물로 샤워한다

-한낮에 더운 곳에 앉아 있거나 외출하지 않는다

-자세를 바꿀 땐 천천히 물건을 붙잡고 한다

(벽을 잡고 누웠다→앉았다→일어나는 식)

-무좀 관리를 철저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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