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통령 민박하며 농정살펴 |전남 담양군 고서면 성월리 이장집서…농민등 20여명과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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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담양=김옥조기자】전두환대통령은 16일 영부인 이순자여사와 함께 전남도정 순시를 마치고 담양군고서면성월리 성산마을 이장 김선두씨(45) 집에서 하루를 묵으며 농촌마을 실태를 살폈다. 현직 대통령이 예고없이 민박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전대통령은 이날하오6시35분 이마을 유한면씨(45) 집에 들러 안방에서 마을원로 김태룡 (55)·공재홍(56)·곽판성 고서국민교장(53)·배임순 새마을지도자(38·여)·새마을지도자 김선중(51)·김선옥씨와 수행한 서정화내무부장관·김창식전남지사등 20여명과 함께 약2시간동안 반주가 곁들인 저녁식사를 들며 농촌실태에 대한 농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전대통령을 수행한 수행원들은 각 농가에 흩어져 농민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농민들의 고충을 들었다.
대통령내외는 하오6시10분 승용차편으로 담양군고서면사무소에 들러 면장으로부터 면현황을 보고받고 면행정업무에 관해 소상하게 물은뒤 성산마을을 찾아 마을회관에서 마을현황을 보고 받았다.
전대통령내외의 갑작스런 농촌마을 방문을 맞아 주민들은 마을이 생긴이래 최대의 영광이라고 입을 모았고 주민들이 몰려나와 대통령내외의 방문을 박수로 맞는등 어둠이 짙어가는마을은 한때 축제분위기였다.
다음은 전대통령내외가 민박을 하기전 마을주민들과 나눈 대화내용.
▲전대통령= 집에 가족은 몇명이 됩니까. 시골에 가면 옛날에 초가집도 있고 정들고 좋았는데…. 이집은 참 잘지었읍니다.
동네신세를 대단히 많이 집니다.
▲서정화내무장관= 이마을에는 소를 20마리 기르고 있고 영세농가는 소를 기르는게 꿈으로 생각하고 있읍니다.
▲전대통령= 사료는 주로 어떻게 도입합니까.
▲김선중새마을지도자= 축산협동조합에서 사료를 구입하고 있읍니다.
▲전대통령= 하루 일과가 끝나면 마을주민들은 무엇을 하십니까.
▲배임순(여·새마을지도자)= 주로 TV를 봅니다.
▲영부인= 자동차로 오다보니 이마을엔 전파사도 보이더군요.
▲전대통령= 내가 온다는 걸 어떻게 알았읍니까.
▲김이장= 조금 전에 알았읍니다.
▲전대통령= 우리가 일행이 많은데 저녁준비가 갑자기 될까요.
▲김이장= 소찬이지만 각하 내외모시고 평소 우리가 먹는대로 대접해 드리겠읍니다.
▲전대통령= (날라온 코피를 들면서) 청와대 코피보다 낫군요. 마을에서 재배되는 딸기 판매는 어떻게 하고 있읍니까.
▲김이장= 주로 광주로 내는데 판로는 충분합니다.
▲영부인= 요즘은 농촌에서도 머리를 써서 땅을 잘 활용해야 잘 살게 되지요.
▲김창직전남지사= 농민들이 열심히만 하면 얼마든지 잘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읍니다.
▲전대통령= 민박은 20년만에 처음하는것 같습니다. 내무장관은 민박을 한적이 있읍니까.
▲서정화내무장관= 민박을 하려해도 신세를 지는 것 같아 아직 해본적이 없읍니다.
▲영부인= 우리가 연탄집에 살때는 방바닥에 이불을 덮어놓아야 미지근했는데 이집 방바닥은 상당히 따뜻하네요. 우리집에서는 보리쌀 7·쌀 3의 비율로 떡국을 자주 끓여먹는데 맛도 좋을 뿐만 아니라 식이요법도 겸하게 됩니다.
▲전대통령= 정월 초하룻날과 생일날을 빼놓고는 청와대에서도 늘 잡곡을 먹고 있읍니다.우리아이들도 보리를 좋아하는데 콩을 섞는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보리밥 먹는 것을 생활화해서 그런지 건강하며 병원에도 가는 일이 드뭅니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상치등을 좋아하는데 그런 식생활을 하니까 건강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옛날 어렸을때 학교다닐 때 들깻잎·콩잎사귀등을 많이 먹었는데 그때는 반찬투정했으나 나이드니까 옛날 어릴때 먹던게 정말 맛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읍니다.
▲공재홍= 대통령내외분을 모시고 보니 흐믓하기 이를데 없읍니다.
▲전대통령= 어릴때 농촌에서 살아서 그런지 항상 농촌이 그리웠읍니다.
▲배임순= 이렇게 각하를 모시니 마치 반상회를 하는 기분이 듭니다.
이 지방은 여자들이 싹싹하고 음식도 잘하는 고장으로 알려져 있읍니다.
▲서내무= 농촌에와서 이렇게 좋은 순간을 느끼니 다음에 언젠가 다시한번 각하를 민박으로 모시도록 연구하겠읍니다.
▲전대통령= 앞으로 보리쌀을 좀더 섞는게 어떠신지요. 나는 청와대에서 이것보다 보리를 더 넣고 있습니다. 오늘 반찬을 너무 많이 차려서 새마을운동하는데 적자가 나겠읍니다.
집사람이 전남여중엘 다녔고 나도 이곳에서 공부한 적이 많아 나는 평소 전남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서내무= 각하께서 하시는 청와대식사는 오늘 이집의 식탁에 비하면 비교가 안될 정도로 단출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각하께서 장관들에게 식사를 주시는 날 가보면 보리국수등이 고작입니다.
▲전대통령= 이장께서는 꼭 이 성산마을을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마을로 가꾸셔야 하겠읍니다.
전대통령은 17일아침 하룻밤을 민박한 성산마을 앞논에 있는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딸기·상치등 재배작물을 살펴봤다.
전대통령은 이어 마을을 한바퀴 돌아본후 새마을회관앞에 모여 있는 마을주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상오9시 마을주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마을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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