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실이 반반… 구설수만 남긴 『미테랑』의 『이스라엘』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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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주원상특파원】 프랑스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이스라엘을 공식방문(3월3∼5일) 한「프랑스와· 미테랑」의 나들이는 이해당사자들을 만족시켰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로 모두에게 불만을 갖게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었다고 르몽드지는 평가하고있다.
그의 방문을 전후한 아랍권의 신랄한 비난과, 프랑스의 입장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만 등이 모두 그렇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시리아 등이 「미테랑」의 이스라엘방문을 프랑스의 양다리「줄타기외교」라고 공박했고 상호승인을 바탕으로 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대화를 촉구하고 팔레스타인국가건설의 가능성에 대한 묵시적 동의를 보인 「미테랑」의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연설은 이스라엘축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메나헴·베긴」이스라엘수상은 『프랑스의 이같은 생각이 두나라 관계증진에 최대의 장애요인』이라고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67년 6일 전쟁 때 이스라엘에 점령됐던 요르단강서안과 가자지구에 앞으로 팔레스타인국가건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한 「클로드·셰송」프랑스의상의 최근의 발언을 비꼬기도 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지적됐지만 「미테랑」이 이스라엘을 떠날 때 「베긴」수상이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도 결국 『대화는 가졌으나 여전히 견해차이가 있었다』(예루살렘포스트지)는 평가를 받았다.
팔레스타인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인 모두가 이스라엘과 공존해야 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PLO지도자들도 개인적으론 이를 인정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국가의 소멸을 규정한 68년 헌장의 공개수정을 여전히 거부하고 있고, 이스라엘도 유대국가의 소멸을 목적으로 한 팔레스타인국가건설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문제해결에 관한 성과가 없었다고 「미테랑」의 이스라엘방문이 무의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67년 이후 냉각됐던 양국간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불식하고 상호 신뢰와 존경에 바탕한 우호관계증진에 크게 기여했다고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역대 대통령은 반드시 친 아랍성향을 가졌던 것은 아니라 해도 정상적인 수교국가인 이스라엘 공시방문을 애써 피해왔고, 이때문에 이스라엘의 불쾌감은 물론 70만명에 달하는 프랑스내 유대인들의 불만을 사왔다.
「미테랑」의 이스라엘방문이 모두에게 불만을 준 계기가 됐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의 정치적 장애요소는 이번 방문으로 일단 제거된 셈이다. 서구신문들이 「미테랑」의 용기와 솔직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 같다.
또한 중동문제에 관한 협상이 미국-이스라엘 일변도로 진행돼 온 지금까지의 양상을 놓고 볼 때 「미테랑」의 이스라엘방문이 양국간 쌍무적인 관계는 별도로 하더라도 중동문제에 관해 유럽국가가 뒷전에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2일로 예정된 「미테랑」대통령의 미국방문이 그것을 말한다. 「미테랑」의 방미명분은 선진공업국 정상회담에 앞선 현안의 사전협의이지만 그의 이스라엘방문결과에 대한 설명과 의견교환이 주의제가 될것이라고 프랑스신문들은 보도하고 있다. 67년 6일 전쟁이후 중동문제해결방안에 큰 이견을 보여온 미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의견조정은 앞으로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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