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신규 취항" 부산~장자제 왕복 42만원 "창립기념일" 김포~제주 900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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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다음 달 홍콩 여행을 계획 중인 직장인 조민선(38·여)씨는 21일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물건’을 발견했다. 마침 캐세이패시픽항공이 인천~홍콩 노선을 증편하면서 일반석 2인 왕복 항공권을 43만7000만원(유류할증료·세금 등 포함)에 판매 중이었던 것. 조씨는 여행사에 문의해 티켓을 구매하면서 “두 명이 가면 100만원 가까이 하는 항공권을 절반 이상 싸게 사는 것”이라며 흐뭇해 했다.

 지난달 이스타항공이 국내선 모든 노선에서 편도 2만9900원짜리 항공권을 내놓자마자 홈페이지 접속이 폭주했다. 매주 화요일이면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는 평일보다 방문객이 55% 늘어난다. 이 회사가 올 4월부터 화요일마다 주요 10여 개 노선 요금을 30~50% 깎아주는 ‘오즈 드림페어’가 호응을 얻고 있어서다.

 겨울 시즌을 앞두고 특가 항공권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후반 이후 저비용 항공사(LCC), 외국계 항공사가 대거 등장하면서 특가 항공권 출시가 크게 늘었다. 캐세이패시픽 마케팅부 이은경 차장은 “항공사 직원들끼리도 ‘이 정도 수준이면 휴가 내고 여행 가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수군거릴 만큼 솔깃한 가격이 꽤 된다”고 말했다.

 신규 취항이나 창립기념일 때 진행하는 특가 프로모션이 먼저 눈길을 끈다. 에어부산은 부산~장자제 취항을 기념해 다음 달 28일까지 왕복 41만9000원(화요일 출발)에 판매 중이다. 캐세이패시픽 특가는 다음 달 24일 취항일에 탑승하는 조건으로 2인 40만원대 특가를 내놨다. 비즈니스석도 왕복 43만7000원이다.

 사실 취항 특가는 업체에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가령 ‘인천~홍콩 0원’(홍콩익스프레스·이하 세금 등 별도), ‘인천~방콕 8만9000원’(에어아시아)처럼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면 인터넷 포털에서 인기 검색어에 오른다. 큰돈 들이지 않고 회사를 홍보하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올 창립기념일(1월 25일) 때 국내선 9000석을 9000원에 팔았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수요가 몰리는 성수기에 신규 취항이 많아졌다”며 “그만큼 값싸게 여행할 기회가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정기세일을 항공권 판매에 응용한 회사도 있다. 진에어는 2012년부터 매년 두 차례 온라인에서 세일을 한다. 할인 폭이 최대 64%에 이른다. 아시아나의 ‘오즈 드림페어’도 비슷한 성격으로 볼 수 있는데 홍콩·오사카·사이판행이 인기가 있다.

 ‘업그레이드 특가’도 있다.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내년 3월 말까지 인천~발리 일반석에 15만원(편도)을 추가하면 비즈니스석으로 바꿔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또 다음 달 11월 7·14·20일에 출발하는 ‘특정일 할인’을 이용하면 발리행 일반석을 61만8000원에 살 수 있다.

 항공권을 싸게 사는 더 확실한 방법은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미리 낚싯대를 던져놓는 얼리버드와 마감에 임박해 횡재를 낚는 방법이 있다. 대개 1~5개월 여유를 두고 예매하는 게 얼리버드 요금제다. 내년 3월 주중 출발로 대한항공 인천~프랑크푸르트 항공권을 예약하면 121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일주일 전 구매하는 것보다 70만원 이상 저렴하다.

 하룻밤이 지나면 호텔 방을 팔 수 없듯이 한 번 비행기가 뜨고 나면 좌석을 다시 판매할 수 없다. 재고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항공사들은 특정 항공편 출발 1~10일 전에 깜짝 세일을 하기도 한다. 진에어는 출발 1주일 전 인천~마카오 왕복 항공권을 26만4800원에 내놓는 등 마감 세일을 정례화했다. 땡처리닷컴(www.072.com), 땡처리항공권(www.072air.com), 씨트립(www.ctrip.co.kr)같이 마감이 임박한 항공권을 취급하는 사이트도 있다. 땡처리닷컴 관계자는 “가끔 편도 3만원대 동남아 항공권도 판매한다”고 귀띔했다.

 항공사 특가 행사를 놓쳤다고? 이럴 때는 여행사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게 실속 있을 수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여행사 항공권이) 저렴한 경우가 많다”며 “여행사는 항공권 판매 수수료를 희생해서라도 여행상품을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행사들이 국내 항공권의 80%가량을 소화해 주는 ‘큰손’이다 보니 입김도 세다. 얼마 전 국내 LCC 업체가 홈페이지에서 여행사에 공급한 것보다 더 싼 가격을 공개하자 이들이 일제히 항의해 판매를 중단한 적도 있다.

 충고 한 가지로 마무리! 항공권을 싸게 샀다고 무조건 이익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효기간, 환불 수수료, 여정 변경 여부 등을 차근차근 따져봐야 나중에 얼굴 찌푸릴 일이 적어진다.

이상재 기자 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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