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표는 덕담 릴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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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관급 회담 둘째 날인 22일 워커힐 호텔에서 첫 전체회의가 열렸다.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지던 과거와 달리 "남북 간에 언쟁은 없었다"고 회담 관계자는 소개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납북자 단체의 시위로 참관 장소가 갑자기 바뀌는 등 어수선한 모습도 있었다.

◆ 남북 수석대표의 덕담 퍼레이드=정동영 남측 수석대표와 권호웅 북측 단장은 서로를 치켜세우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잡았다. 권 단장이 "평양에서 시작된 화해와 협력의 파도가 서울에 굽이치게 하자"며 자신의 전날 만찬사 내용을 다시 꺼내자 정 장관은 "그동안의 어느 대표보다 권 단장의 연설이 훌륭했다. 알맹이가 있다"고 화답했다. 권 단장이 남북회담 사상 첫 도입된 원형 테이블을 보며 "이 세상 만물이 원이다. 하늘의 태양도, 우리가 밟고 있는 대지도, 사람의 눈동자도, 마이크도, 펜도 원형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둥근 원형을 북남회담에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자 정 장관은 긍정적인 의미로 "기가 막히는 소리"라며 맞장구를 쳤다. 정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에 대해 권 단장은 "좋은 준마를 장군님이 안겨줬으니 기마수들이 마음을 합치고 6.15의 정신으로 나가자"고 했다. 그러자 정 장관은 "권 단장이 한 말씀은 한마디도 버릴 게 없다"며 "앞으로는 통 크게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자"고 답했다. 정 장관은 "서울의 일부 언론엔 '(김정일.정동영의) 6.17 면담이 얼마나 지켜지는지 보자'는 기조가 있다"며 "이를 뛰어넘어 보자"고 말했다.

◆ 영화 촬영소 대신 유람선으로=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남양주 영화 종합촬영소 방문은 취소됐다. 납북자 관련 단체 회원들의 시위정보가 입수된 때문이다. 대표단은 대신 잠실 선착장으로 가 유람선을 탔다. 북측 권 단장은 대표단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란 유람선 업체 사장에게 "큰 손님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흠이 있어도 탓하지 않는다"며 "남쪽 말로 '서비스'를 잘해 이윤을 내는 것보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게 억만금 봉급보다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이 "이순신 장군이 만든 거북선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배"라며 "후손들이 배를 잘 만들어 (현재) 전 세계 배의 7척 중 1척이 남쪽에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권 단장은 "민족의 저력을 느낀다"고 답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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