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친정부모 모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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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통을 무시하는 행위>
왜 친정부모 모시기가 독자토론의 주제가 되어야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세계각국의 여자는 결혼을 하면 남편 집으로 가는게 상식이고 따라서 부계중심사회로서 남자 호주제도를 택하고 있다. 딸이 친정부모를 모시게되면 모든 경제권을 여자가 갖게 될 것이고 가족제도도 여자 호주제도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조시대부터의 풍속으로 보면 대개 재산상속이나 교육도 직계 장자에게 치중되었으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역시 장자를 조금 무겁게 대우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가통이 보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구정책상 아들·딸 구별 없이 둘만 낳아 기르자고 권장한다고 해서 전통이나 가통을 무시하는 친정부모 모시기까지는 안 된다.
이상낙(남·68·대구시 북구 침산3동 508의 13)

<결국은 아들네 집으로>
나에게는 시부모님이 한 분도 안 계신다. 친정부모님께서도 가끔씩 다니러 오시기는 하지만 딸자식은 출가외인이라 소용없다는 말씀을 하시곤 한다. 그럴 때면 아들이건 딸이건 무어 다를게 있느냐고 앙탈을 부려보기도 하지만, 사실 딸 입장으로는 참으로 듣기에 거북한 소리다.
언젠가 두 노인네께서 며느리와 언짢은 일이 있었던지 오래 계실 양으로 짐을 꾸려오셨다. 좋은 기회다 싶어 좋아하시는 음식, 옷, 말벗이 되어드리며 정성을 다해 모셨건만 그래도 아들 걱정·손주들 걱정이 태산 같았다. 특히 손주들이 보고싶어 못 견디겠다시며 결국 아들집으로 가시는걸 보면 역시 부모님은 아들이 모셔야 하는가보다.
손효선 (주부·37·서울 종로구 견지동 21의 10)

<오히려 부모님이 불편>
나는 종가집 장손의 맏며느리지만 친정 아버님을 모시고 살고있다. 시댁은 시골이지만 남편의 직장관계로 분가해 나와서 살고있고 그래서 홀아버님을 모시게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친정 아버지에게 있는 것 같다. 언제나 죄진 사람처럼 열등감 같은 것에 사로잡혀 시댁식구들을 기피하시고 남편과도 회피, 심지어 식사시간도 함께 하시기를 꺼려하신다.
만약 내가 맏며느리만 아니었더라도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항상 비관만 하시고 자학하시는 아버님을 뵈올 때마다 「뒷간과 친정은 멀수록 좋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나 같은 경우 장남으로서 친정부모를 모신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고 말하고 싶다.
이순실(주부·34·서울 성동구 광장동 393 8통 3반)

<주변서 소외만 당한다>
인간이란 출생당시에는 순수하게 개인적인 존재지만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주위의 환경에 따라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전통적 유교사상이 깊게 뿌리 박힌 시골의 경우 차남이 부모를 모시는 경우마저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관습은 무시할 수 없다.
하물며 며느리가 친정부모를 모신다는 것은 아무리 사위가 잘 해드리고 시집식구들이 환영한다 하더라도 결국 시골사회의 전 구성원들 속에서 친정부모는 소외되고 말 것이다. 결국 친정부모 자신 때문이라기 보다는 주변의 여건 때문에 인간관계나 사회적 적응이 어렵다는 결론이 된다. 그러므로 유교전통사회에서는 딸보다 아들이, 아들 중에서도 장남이 부모를 모시는게 바람직하다.
남무환(교사·28·경북 안동군 풍산읍 매곡1동 159)

<다른 사람 보기 안 좋다>
맏며느리로서 시부모님을 마다하고 친정부모님을 모실 수는 없다. 특히 시골에선 친정부모님이 잠깐 다녀가는 것은 무방하다고 생각하지만 친정부모가 함께 생활한다는데는 거부반응이 매우 크다.
아직도 우리주변에서는 딸이 친정부모를 모시는 것을 정상으로 보지 않는다. 『오죽하면 딸네 집에 와서 살까…』하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극히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시집간 여자는 시부모를 내 부모로 알고 정성껏 모시는 것이 친정부모에게도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갑숙(주부·33·안동시 금곡동 4)

<아들이 없다면 몰라도>
딸이라고 해서 친정부모를 모시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집안에 아들이 없어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들자식 제쳐놓고 『딸과 같이 사는 것이 행복해서…』라는 식의 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사위에게 신세지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노인된 입장에서는 비록 아들과 사는 쪽이 좀더 고생된다 치더라도 아들 쪽과 사는 것이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라도 좋은 일일 것이다. 「늙은이의 주착 없는 행동」으로 출가한 딸이나 장성한 아들에게 괴로움을 끼쳐서는 안될 것이다.
이완수(71·경기도 평택군 평택읍 평택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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