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도시보다 강북 개발이 먼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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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국지적, 일과성으로 보기 어렵다. 부동산에 단기 부동자금이 몰리면 산불처럼 번진다. 초기에 차단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투기수요가 억제된 뒤 공급이 돼야 효과가 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정문수(사진)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부동산 위기의 본질은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 투기.투자수요 때문이라 수요 조절이 급선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보좌관은 "백지상태 재검토라는 뜻은 효과 있는 정책은 더 발전시키고, 효과가 떨어지는 정책은 조정하겠다는 의미로 기존 정책의 백지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으로부터 초과이익을 얻는 것을 막겠다는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뜻이다.

-왜 백지상태 재검토가 나왔나.

"저금리 체제가 계속되면서 단기 부동자금이 476조원이나 된다. 은행에 맡겨 봤자 이자도 별로 없다. 때문에 부동산에 몰린다. 가만히 있던 사람들도 나만 뒤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며 앞다퉈 대출 받아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토지 과열까지 겹쳐 부동산에 돈이 더 몰리면 머니게임이 되고 거품이 터진다. 그래서 우선 수요 조절을 해야 하고 이어 공급이 돼야 효과가 있다. 단기적 불안에 대한 대책은 각 부처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며, 청와대 등은 큰 틀을 근본적으로 재조명하고 보강할 것이다. 수도권 남부 집값 급등도 이런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판교의 중대형 택지공급을 일시 중단한 이유는.

"판교 중단은 지엽적인 것이다. 이번 기회에 재검토 의미도 있고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짜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판교가 왜 (부동산 불안의) 진앙이 됐는지, 어떻게 불안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지 모든 것을 검토하겠다."

-세제도 손을 대는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제가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행도 늦어지고 (내용이) 바뀌어 실효성이 떨어졌다. 국민이 세제 개편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보강해야 한다."

-무주택자와 주택보유자를 구별해 거래세율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헌법상 평등권에 문제가 없다면 고려할 수 있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서는 금리가 올라갔으면 좋겠지만 경기라는 제약 요인 때문에 한국은행 총재가 고민하는 것 아닌가. 때문에 (대상을) 차별화한 국지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거듭 얘기하지만 헌법상 평등권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주택공급은 앞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나.

"공급은 연간 50만 호씩 된다. 수도권만 연간 26만 호가 공급된다. 공급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한다. 다만 신도시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추가적인 신도시 건설은 환경파괴를 낳고 5년 이상 걸린다. 24일 발표될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이란 그림에서 보면 신도시가 맞지 않다. 대신 서울 강북과 기존 신도시의 여건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강북과 기존 신도시의 여건을 어떻게 개선하나.

"서울 상계동 일대의 집값이 왜 오르지 않는지 직접 알아보았더니 교통 여건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도로를 더 놓아 교통 혼잡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강북을 광역개발하고, 일산 등 기존 신도시의 교통과 교육 여건을 개선해 중대형 주택의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 이곳에 좋은 학교를 넣어 주고 접근성을 개선하면 강남 못지않게 된다."

-부동산 실거래가 파악 등 투명성 강화 대책도 추진한다고 했는데.

"부동산 거래가 투명하지 않은 것도 부동산 가격 불안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부동산중개업법을 개정해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한다. 선진국처럼 등기부등본에 부동산 가격을 게재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등기법 개정도 추진할 수 있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담합을 해 시세를 조정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이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허귀식.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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