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점도 없이 프로개편 잦아 불편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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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무릇 개편이란 있던 것을 보다 낫게 고친다는 뜻이니 환영할 일일망정 마다할 것은 없겠다.
그러나 TV프로그램의 경우 방송내용은 별 차가 없으면서 프로그램제목이나 달리하고 방송요일이나 시간대정도 옮기는 따위를 자주 되풀이하는 것은 시청자들을 번거롭게 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시내버스 노선이나 열차시간표가 자주 바뀌면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듯 TV 역시 시청자마다 채널과 프로그램을 취사선택해서 나름대로 시청스케줄을 머리 속에 가지고있는 만큼 잦은 개편이 결코 바람직할 수는 없다.
이를테면 우리네 TV 토크쇼의 선두 주자랄 수 있는 KBS 제2TV의 『9시에 만납시다』가 처음 출발은 『8시에 만납시다』였었고 이제는 또 봄철 개편으로 『11시에 만납시다』로 바뀌었다거나 프로그램 내용을 시사성 위주로 바꾼다고 한지 불과 며칠도 안되어 다시 오락 지향적으로 방향 선회를 한 것은 고정 시청자를 붙잡는데 혼선만 빚을 뿐이다.
어떤 프로그램이건 담긴 내용은 날로 새로울수록 좋지만 담는 그릇, 즉 포맷이나 방영시간대 마저 뚜렷한 개선점도 없으면서 개편을 위한 개편처럼 자주 이랬다 저랬다 한대서야 시청자들 머리만 시끄러울 뿐이다.
KBS 제3TV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밤 8시에 30분씩 방영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필름 『생물의 신비』는 TV의 존재에 특히 컬러TV의 존재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대부분 극도의 전문성과 고도의 제작기술을 요하는 이런류의 다큐멘터리 필름이 그렇듯이 이 시간 역시 외국필름을 사다가 보내주는데 불과하지만 어느 쇼나 드라머보다 더 흥미진진한 내용과 거기서 얻어지는 알찬 지식은 우리 것이 아니라는 따위의 불평을 잊게 하고도 남는다.
반면 우주시대를 겨냥한 과학 드라머인양 오인되기 쉬운 MBC-TV의 『우주 대모험 1999』(일 저녁5시)나 KBS 제1TV의 『별들의 전쟁』(토 저녁5시20분)은 방영 초의 선전과는 달리 황당무계한 공상의 세계가 매번 반복되는 것이 마치 어린이대상의 SF 만화책 같다고나 할는지-.
우리네 TV에 외화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비평도 없지 않지만 현재의 여건에서 외화의존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선정만이라도 신중과 성의를 다 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실무자들은 존중해주었으면 싶다.
또 하나 사족 같은 얘기가 되겠지만 제3TV를 시청할 수 없는 구형TV수상기를 가진 시청자들을 위해 『생물의 신비』의 경우 주말을 이용한 제l 혹은 제2채널에서의 재방영도 고려해 봄직하다.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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