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서신 김영환씨 헌재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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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김미희·이상규 의원이 1990년대 지방선거 등에 쓴 선거자금에 북한자금이 일부 유입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에서다. 통진당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1980년대 주체사상파의 핵심으로 활동한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2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사건 공개변론에서 법무부 측 증인으로 출석해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하부조직에 1995년 지방선거 등에 지원하라는 지시와 함께 후보자들에게 500만원씩 자금을 지원했다”며 “성남에서 김미희 후보가,구로지역에서 이상규 후보가 각각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밀입북 당시 지원받았던 40만달러와 민혁당이 각종 재정사업해서 번 돈이 섞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석기·이상규 의원 등 진보당 인사들에게 민혁당의 이념이 이어지고 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주사파 리더로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험에 비춰보면 3대세습,북한의 유일수령체제, 정치범수용소 등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는 사람들의 경우 옛날식 생각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TV공개토론,세미나 등의 공식장소 및 사적인 자리에서의 태도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지금도 과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나 정당해산 할 경우 이들이 탄압받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지하에서 다시 뭉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많다”며 “하지만 일단 사법적 판단이 된 이상 폭력혁명 추구하는 정당을 보편정당이라고 판결하게 되면 국민에게 잘못된 사인 주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어 증언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미희 의원실 관계자는 “북한 관련 자금을 받은 바가 전혀 없다”며 “김씨가 스스로 증명할 수 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상규 의원 측은 국정감사 진행 중인 탓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사건 항소심에서 혁명조직(RO)의 실체가 부정되자 다급한 처지의 정부가 김씨까지 동원한 것”이라며 “김씨의 증언은 근거없는 일방적 주장으로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80년대 북한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을 정리한 책인 ‘강철서신’의 저자로 주사파의 대부로 불렸다. 북한의 지시를 받아 남한 혁명을 위한 지하조직인 민혁당을 조직해 활동했으나 1991년 밀입북해 김일성을 만나고는 전향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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