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문의가 환자를 향해 털어놓은 고백이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신간으로 발간됐다.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는 기존의 암 극복 성공 사례에 이의를 제기했다. 온갖 성공사례, 암 극복담에 집착하다가 혹시라도 치료 실패로 다가올 죽음에 대한 시선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는 암을 극복한 사례 대신 성실하게 치료를 받았지만 일찍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그만의 섬세한 어법으로 진솔하게 그려냈다.
박 교수는 "중요한 것은 결코 암을 이겨낸 승리담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는 삶과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움에 진정한 승리가 있다"고 말한다.
책을 잃다보면 병과 싸우는 냉철한 의사라기보다는 따듯한 가족이자 친구, 이웃 아저씨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사망 환자의 문상을 가서 펑펑 우는 형님, 어린 암 환자에게 빼빼로를 선물하는 아저씨, 환자들 안위를 걱정하며 수시로 SNS로 소통하는 친구, 암과의 전투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전사의 역할까지... 그가 들려주는 암 환자와의 이야기를 통해 운명의 굴레에서 최선을 다하는 인간의 모습과 의료의 한계를 절감하는 인술인(仁術人)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암이라는 난관 앞에 서서 싸움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싸우지 마라. 이겨내는 방법은 반드시 승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박종훈 지음/조윤커뮤니케이션 출판 /신국판 180면 /값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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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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