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도 쓸모 있게』집은 설계가 좌우|새 봄의 마이홈 신축…전문가들에 알아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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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봄은 내집 마련의 기대를 부풀게 하는 계절. 내 집을 그것도 생활에 편리하고 취향에도 맞는 「마이홈」을 가질 수 있다면 그보다 바람직스러운 일은 없다.
요즘은 땅값도 물가상승률을 훨씬 밑돌아 제자리걸음을 하고있고 불황 탓으로 건축자재 가격도 안정돼 있어 내집 짓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단독주택의 건축 소요기간은 보통 2∼3개월, 그러나 설계쯤은 미리 구상하고 준비해 두어야 차질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새로 마이홈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건축가 공일곤씨와 안영배 교수는 다음과 같은 설계를 추천하고 있다.

<실용 국민주택>
땅이 넓어야만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생각은 은연중 우리들 마음속에 고정관념이 돼왔다. 사실 주택은 넓은 땅위에 대량으로 건설해 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와는 달리 밀집 주거지역인 도시 안에는 그렇게 넓은 땅만 있을 수는 없다.
안 교수(서울시립대·건축공학)의 설계는 도시의 이런 성격을 감안, 『작은 대지이지만 좋은 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어 주는 것. 1층 10.9평(차고제외). 2층 13.7평의 건평 자체가 이를 말해준다. 국민주택 규모인 25평 정도면 부부·자녀 2∼3명의 생활공간으로는 충분하고 정부의 각종 주택지원도 국민주택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이 설계는 감안했다.
이 주택의 특징은 우선 거실을 2층에 두는 것. 대지가 넓은 집이라면 거실이 아래층에 있는 것이 당연하나 작은 대지에 집을 지을 경우는 답답함을 면할 수 없다. 거실을 비롯해 생활의 주공간을 2층에 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또 작은 집이지만 차고를 두어 마이카 시대에 대비했다.
집의 골격은 벽돌, 기와조이지만 블록으로 지어도 좋다. 물론 주택건축에는 에너지 면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배관을 쇠파이프로 할 필요는 없고 PVC로 해도 수명이 10년은 되고 열효율도 떨어지지 않으며 건축비도 내릴 수 있다. 아울러 주택에 장식적 요소를 피하는 것이 요즈음의 경향. 유행은 변하고 사람은 같은 물건을 보면 언젠가 싫증을 느끼게 마련이다.
따라서 집표면 치장도 금물이지만 장식장이나 책장을 주택에 붙여 거는 방법은 튼튼하고 소박한 주택을 찾는 요즈음에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는 이야기다.
전체대지 면적이 36평이지만 이 주택은 30평으로도 가능해 1백평이면 3가구가 나눠서 충분히 집을 지을 수 있다. 함께 집을 지으면 건축비도 적게 먹힌다. 실제 요즈음은 이런 이유로도 친척이나 동료끼리 합해서 공동으로 주택을 짓는 것도 눈에 띄고 이 경우는 건축비도 평당 60만원 선이면 충분하다.

<개조형 주택>
주택은 생활양식·용도, 그리고 소득수준에 따라 변화한다. 모든 변화를 감안해 미래에도 쓸모 있는 주택을 미리 지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예측에 한계는 있게 마련이다. 결국 대응력을 높이려면 집 설계에 가변성을 강조 해 두는 것. 즉 쉽게 개조하거나 때로는 헐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주택의 미래형을 생각할 때 꼽히는 것은 다가올 조립식 주택의 일반화 현상. 건축가 공씨는 건축자재의 양산화 추세가 필연적이라면 『앞으로의 집을 지을 때 규격화 문제를 꼭 설계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설계도 1차적으로 내부구조의 개조 가능성을 고려해 규격화에 초점을 뒀다.
길이 13.5m에 폭 6m, 건축면적 24.5평, 폭6m라는 것은 건축 구조상 어느 부문에도 칸막이를 해 변화 있는 공간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간단하면서도 기능적인 점이 특색으로 복도를 가급적 줄여 거실을 확대함으로써 생활공간을 넓혔다.
화장실을 욕탕과 구분, 두 사람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서도 두개의 화장실을 가진 효과를 냈다. 좀 더 여유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면 이 개념을 살려 규모를 늘려 가면 된다. 이때는 주인서재(약3평), 부엌 보조실(1.5평), 가정부 방(2평) 등을 추가해 다양한 설계가 가능하다.
주택의 개조를 생각할 때, 곧 잘 장애로 등장하는 것은 난방·전기 등의 설비다. 현재 대부분의 주택은 배관·배선 등을 벽이나 바닥 속에 깊게 묻어 개조도 어렵고 개조한다 하더라도 개축비가 많게된다. 그러나 이런 설비를 표면화 한다고 해서 건축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고 실제 외국에서는 벽면이나 지붕 등을 이용해 이들을 간편히 처리하고 있다.
건축비는 설계의 건축공학상 고려에 우선 좌우되고 이밖에 마감재료의 선택 등에도 차이가 나지만 평당 70만원선 이면 무난히 지을 수 있다. <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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