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밑줄 쫙 NIE] '아름다운 도전' 박영석의 산악 그랜드슬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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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도전하는 사람의 것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해 도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패하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도전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난달 1일 북극점을 밟음으로써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에 성공한 박영석(42)씨의 말이다. 이를 계기로 산악 그랜드슬램과 탐험 정신의 중요성 등을 공부한다.

◆산악 그랜드슬램(grand slam)=한 산악인이 세계 8000m급 14좌(座)와 7대륙 최고봉, 3극점을 모두 등반하는 것을 말한다.

그랜드슬램은 원래 브리지 게임(카드놀이의 하나)에서 패 13장 전부를 따는 '압승'을 뜻하는 용어다. 테니스나 골프에선 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것이며, 야구에선 만루홈런을 가리킨다.

8000m급 14좌는 모두 히말라야산맥에 있다. 14개 봉우리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은 에베레스트(8848m)고, 제일 낮은 곳은 시샤팡마(8027m)다. 7대륙 최고봉은 아시아의 에베레스트를 포함해 유럽의 엘브루스,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남아메리카 아콩카과, 북아메리카 매킨리, 오세아니아 칼츠텐츠, 남극대륙의 빈슨매시프 등이다. 3극점은 에베레스트(세계 최고봉 상징성 때문에 제3의 극점으로 넣음)와 남극점.북극점이다.

◆그랜드슬램 이루기까지=박영석씨는 대학에 다니던 1985년 처음으로 일본 북알프스(3190m)를 등정한 뒤 20년 동안 60차례나 해외 원정길에 올라 그랜드슬램에 성공했다.

93년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등반한 데 이어 2001년까지 14좌 모두를 최단 기간에 올랐다. 또 2002년 11월 25일엔 남극대륙의 빈슨매시프에 오름으로써 7대륙 최고봉 등정도 마쳤다. 그리고 지난해 1월 12일 남극점에 도달한 뒤, 지난달 1일엔 북극점까지 밟음으로써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이룩한 산악인이 됐다.

◆탐험 정신 왜 필요한가=박영석씨는 "서양인에게 세계의 역사는 탐험의 역사다. 신대륙은 이제 없지만 신분야는 많다"고 말한다.

도전 정신이 강한 사람들은 오늘도 거친 바다, 뜨거운 사막, 차가운 얼음벌판을 탐험한다. 그들은 왜 가혹한 대자연에 도전하는 것일까. 자기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지, 자기 몸이 얼마만큼 견뎌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는 지구촌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어울려 산다. 이는 탐험 정신이 있어 가능했다. 모르는 것을 알아내고 가보려는 용기, 거기에 빈틈 없는 준비가 더해진 것이 탐험이다.

그래서 탐험 정신은 지금도 중요하다. 컴퓨터를 만들거나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과학기술의 힘도 모르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탐험 정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탐험은 사람이 본능적으로 가진 탐구심과 미지의 세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한 기대가 어우러져 이뤄진다.

탐험이 활발해진 것은 지리적인 세계관이 형성되기 시작한 때부터다.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탐험 대상이 우주나 깊은 바다, 지구 내부까지로 확대됐고 탐험 내용도 다양해졌다. 그만큼 국제협력의 필요성이 커졌고 국력이 뒷받침돼야 하며, 그 성과는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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