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식으로 다시 돌아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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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차 중견 가수 김동률(40)은 지금 가요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이다. 지난 1일 발표한 6집 앨범 ‘동행’의 ‘그게 나야’는 발매 즉시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지난주 SBS ‘인기가요’에선 에일리와 소유X어반자카파를 제치고 1위 트로피를 받았다. 3집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이후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한 것은 13년 만이다.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전국 투어 콘서트는 매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전작이었던 크리스마스 앨범 ‘kimdongrYULE’(2011)을 능가하는 인기다.

TV 출연이나 매체 인터뷰 한 번 없이 어떻게 이런 성공이 가능했을까. 결과론적이지만 김동률에 대한 찬사와 열풍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활동을 쉬고 있던 2012년 그의 노래는 때아닌 재조명을 받았다. 1990년대 문화 코드를 적극 차용한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 데뷔곡 ‘기억의 습작’이 삽입되면서 복고 바람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김동률의 목소리는 90년대 전체를 소환할 만큼 힘이 셌다.

그는 새 앨범 발표 직전 SNS에 “전람회 시절부터 제 음악을 함께 해준 분들이 가장 반겨주고 좋아할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올렸다. 미래를 겨냥하기보다 지나간 시절을 현재로 불러들이는 연결고리가 되겠다는 뜻이다. ‘청춘’이란 곡의 가사는 이렇다.

‘언제부턴가 더는 꺼내지 않는 스무 살 서로의 꿈들.(…) 우린 결국 이렇게 어른이 되었고 푸르던 그때 그 시절 추억이 되었지. 뭐가 달라진 걸까. 우린 아직 뜨거운 가슴이 뛰고 다를 게 없는데.’

고전적이라 할 만큼 유려한 멜로디, 정교하면서도 기품있는 편곡 그리고 이 웅장한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압도적인 보컬까지 '김동률표 발라드'의 공식도 여전하다.

흥미로운 건 대중의 열렬한 반응에 비해 미적지근한 평단의 반응이다. “동어반복이다” “실험과 변모를 하지 않는다” “전작에 비해 퇴보한 인상이다” 등 혹평이 많았다. 가수가 늘 음악적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그렇지 않은들 어떤가. 지금의 대중은 김동률의 변신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90년대와 함께 김동률을 호명했고, 그는 거기에 딱 알맞은 정답을 들고 나왔을 뿐이다.

하나 주목하고 싶은 건 김동률의 소통 방식이다. 그는 TV 출연 대신 SNS를 통해 보다 직접적이고 사적인 교류를 택했다. 올 봄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앨범 제작 과정을 상세히 기술했고, 앨범에 대한 소개와 홍보도 모두 SNS로 이뤄졌다.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출사표는 그 어떤 인터뷰 기사나 예능 출연보다 감동적이었다(인터뷰를 못한 건 매운 섭섭한 일이지만).

최근엔 작가 강세형씨가 새 앨범 전 곡을 듣고 에세이를 쓴 뒤, 이를 지인들이 낭독하는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첫 번째 낭독자는 가수 엄정화였다. 면대면 소통은 기존 팬덤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또 SNS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끌어당기는 측면도 있다. 왠지 30~40대가 그의 공연에 몰려갈 것 같지만, 실상 20대도 만만치 않다. 하나프리티켓에 따르면 서울 공연의 연령별 점유율은 30대가 48%, 20대가 43%였다.

글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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