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60대 재혼' 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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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재혼을 한 김모(54.여)씨는 요즘 신혼(?) 재미에 푹 빠져 있다. 2000년 남편과 사별한 김씨는 지난해 말 딸의 소개로 3년 전 이혼한 신모(66)씨를 만나 6개월간의 교제 끝에 결혼했다. 김씨는 초혼처럼 꼼꼼히 혼수를 장만했고, 결혼식도 강남의 한 호텔을 빌려 지인들과 양가 가족들의 축복 속에 성대히 치렀다. 김씨는 "취미 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며 "남편의 아들과 며느리도 친어머니처럼 대해 줘 편안하다"라고 말했다.

50대 이상의 늦깎이 재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 속에 장.노년층의 성(性)과 사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당당하게 이성교제를 즐기고 재혼을 결심하는 '로맨스 그레이'가 늘어난 것이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6202명에 불과하던 50대 이상 재혼 인구는 지난해 1만9868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03년에는 전년 대비 2300명, 지난해에는 4200명이나 늘어나는 등 최근 들어 증가속도가 가파르다. 60대 이상 재혼 인구도 지난해에만 4463명이나 됐다.

특히 최근에는 유명 결혼정보업체에 나이나 외모.경제력 등 자신의 요구사항을 당당하게 밝히고 배우자를 찾는 장.노년층의 가입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고 직접 노후설계를 하는 장.노년층이 늘면서 늦깎이 재혼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녀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노년층의 인식 변화와 함께 부모가 새로운 짝을 찾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식 세대의 가치관 변화도 황혼 재혼이 늘어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예전처럼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적어지고 재혼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생긴 변화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김혜정 대표이사는 "'부모 따로 자식 따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식들이 부모의 짝을 적극적으로 찾아주는 경우도 많다"며 "재혼하는 부모들도 미리 자식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등 유산분쟁에 대비하고 새출발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60~70대 노년층을 대상으로 재혼을 알선하는 전문회사가 생기는 등 결혼정보업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선우 등 관련 업체는 지난해 말부터 50대 이상 여성들을 회원으로 받고, '효도매칭윈도우'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노년층 간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박승희 교수는 "전통적인 가정의 의미가 퇴색하면서 고독감을 느끼는 장.노년층 간의 재결합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손해용.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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