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값 안 잡히면 한은이 조치 나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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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주택담보 대출을 직접 제한해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아파트값을 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투기 억제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한은이 한은법을 발동해 규제하는 대책을 강구키로 한 것이다. 박승(얼굴) 한은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 논의 내용을 이같이 소개하고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을 더 인내하고 지켜보겠지만 필요하면 한은이 조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은 두 가지로, 하나는 일부 지역이 너무 오르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풍선이 터질 때처럼 부동산 버블(거품)이 터진 뒤의 후유증"이라고 지적했다.

박 총재는 이 같은 사태를 미리 막기 위해 한은법 28조(금융통화위원회의 권한)를 언제든지 발동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은이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처하는 수단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면서 ▶금리 인상▶은행 대출의 자금한도 규제▶부동산 담보비율 조정 등을 제시했다.

◆ 주택담보 대출비율 조정=이날 한은이 주택담보대출(LTV) 비율을 직접 조정한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LTV 비율은 '2003년 10.29 부동산 대책' 이후 금융감독위원회가 창구 지도 차원에서 조정해 왔지만 법적으로는 한은법에 규정돼 있어 한은이 언제든지 이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그동안 법에 명시된 이 제도를 행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집 매매가격 대비 대출한도를 나타내는 LTV 비율은 현재 지역별로 40~60%로 제한돼 있으나 과열 지역에서는 매매가격이 급등하면서 비율은 지키고 있지만 절대 금액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01년 86조원이었던 주택담보 대출은 올 들어 176조원을 돌파해 조만간 18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 콜금리 현 수준 유지=그러나 박 총재는 "현재 경제 전체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문제가 체감경기의 불황과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잡으려다 경제 전체가 더 어려워질 수 있어 당장 개입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의 주요 배경이 저금리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경기회복을 선택하는 대신 부작용을 당분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금통위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이날 현행 연 3.25%인 콜금리를 7개월 연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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