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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네타 '핵무기 사용' 회고록에 전문가들 비판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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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남침 때 미군이 핵 무기를 사용해 한국 방어에 나설 수 있다고 공개한 리언 패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의 회고록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뉴스위크는 14일(현지시간) 패네타 전 장관이 회고록『값진 전투들(Worthy Fights)』에서 ‘핵 무기 사용’을 거론한 데 대한 미국 내 한반도ㆍ안보 전문가들의 비판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정보국(CIA)의 전직 고위 인사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 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뉴스에 한국인들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라며 “이건 한국인들을 안심시키는 게 아니라 미군 주둔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여기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이 인사는 핵 무기 거론을 “미국 관료의 전형적 우둔함”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북한이 수십 년간 핵 위협 속에 있었다는 것을 핵 개발에 나서는 이유로 들어 왔다”고 지적해 회고록이 북한 핵 개발의 핑계거리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국 국제평가전략센터(IASC)의 리처드 피셔 선임연구원은 “최근까지 공직에 몸담았던 고위 관료가 핵 무기 사용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피셔 연구원이 패네타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접하고 놀랐다는 반응까지 함께 보도했다.

핵 무기 사용은 미국의 속내와 다르다는 지적도 북핵 전문가에게서 나왔다. 미국 비확산센터(CNS)의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핵 무기 사용은) 한국인들이 듣기 원하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현실에선 미국이 북한에 핵 무기를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쓸 계획이 없는 핵 무기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은 한국 정치인들이 독자 핵 개발을 주장할 때 계속 문제를 만들게 될 수사”라고도 밝혔다.

뉴스위크는 반면 핵 무기 사용이 ‘뉴스’가 아니라는 의견도 동시에 전했다. 미 해군전쟁대학의 테렌스 로우릭 교수는 “미국은 오랫동안 한국이 (미국이 제공하는) ‘핵 우산’에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이 얘기는 새로운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뉴스위크는 한편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때인 1991년 한국에서 전술핵 철수가 시작돼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잠수함에서 핵 전력을 뺄 때가지 계속됐다고 전했다.

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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