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헐벗고 병든 사람 내혈육처럼 돌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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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좋아서 해온 일인데 영국인으로서는 최고의 명예인 제국훈장을 받게되어 기쁘기 한량없지만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요.』
영국의 「엘리자베드」 여왕으로부터 81년도 영 제국훈장(Memb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을 받게된 대한성공회대전교구의 노정빈 선교사(67·영국명 A. Josephine Roberts)는 검은테 돋보기 안경너머로 파란 눈동자를 굴리며 소녀처럼 활짝 웃었다.
영국 「콘월」 (Cornwall)이 고향인 노할머니는 독실한 성공회교도였던 아버지가 선장으로 일하던 남아프리카의 캐이프타운에서 외동딸로 태어나 5세 때 고향으로 돌아가 19세에 영국성공회 학교를 졸업했다.
그후 호주에서 간호원교육을 받고 뉴질랜드에서 11년간 여전도사로 근무한 뒤 다시 영국에 돌아가 사회봉사활동을 하다가 한국 국민들이 6·25동란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43세 때인 59년 한국으로 왔다.
노할머니는 교회의 선교활동이 첫째 목적이었지만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어려운 이웃이 너무 많아 헐벗고 병든 사람을 구하는 것이 더욱 하나님의 뜻을 받드는 일이라고 믿고 자기주변의 어려운 이웃돕기에 발벗고 나섰다고 했다.
78년 선교사로서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20년동안 지프를 손수 운전하면서 강원도황지에서부터 경기 강화, 충북 진천 등 전국을 돌면서 호주머니를 털어 5백여명의 불구자와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켜 병을 고치게 했다.
돈이 모자라면 영국과 호주의 친구들과 주일학교에 편지를 보내 이들이 보내온 돈으로 치료비에 보태썼다.
노할머니는 77년 1월1일 자기가 주로 일을 많이 했던 충남천안시 입천교회에서 교우들이 베풀어준 환갑잔치를 가장 못잊어 한다고 했다.
80년4월에는 죽음만을 기다리던 6세된 심장병환자를 영국까지 데려가 수술을 받게 해 어린생명을 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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