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자율경쟁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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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중은행 민영화의 전제조건인 금융기관의 자율경영체제가 점차 이루어져가고 있는 것은 하나의 필연적인 과정이다.
7일 금통운위는 금융기관의 대민간 신용한도관리규정을 폐지하여 은행별 대출한도제를 없애버렸다.
통화관리방식을 창구직접규제에서 간접조절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78년부터 시행한 은행별 대출한도제는 은행의 자금조성능력에 관계없이 대출한도를 설정하여 금융기관의 자율경영을 저해하는 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창구규제를 철폐한다는 것은 앞으로 중앙은행의 통화관리가 재할인정책, 공개시장조작등 전통적이고 또 정상적인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되면 각금융기관은 서비스향상으로 예금유치경쟁을 벌이게 되고 상업성에 철저한 탄력적인 대출을 자유로이 할 수 있게 되는 등 금융정상화를 실현하게 될 것이다.
금융기관, 특히 시중은행에 대한 인사관리위임에 이어 통화수급에 대한 직접규제를 철회한 것은 획기적인 조치라고 평가할만하다.
금융기관의 경영도 자율경쟁시대로 접어들어 문턱이 그만큼 낮아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통화관리의 간접규제에 뒤따르는 단기적인 문제점도 없지 않다.
첫째는 공개시장조작등이 기능을 발휘할 자본시장의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어 있는가에 의문이 있다.
장·단기 금융제도나 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성적인 자금의 초과수요로 인해 변칙적인 운영을 하는 예가 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업의 CP발행만 해도 액면의 금리는 23∼24%나 실제 발행기업의 이자부담은 30%선을 감수해야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린다.
이를 자금수급의 불균형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보아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금융기관자체가 올바른 경영을 하지않는 풍토에서 중앙은행의 공개시장조작이 먹혀들어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순조로운 자금순환의 길을 터주기 위해서는 변칙적인 자금운용을 제재하는 지불준비율의 차등조정같은 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또 중앙은행으로서는 자금순환경로가 다양해지는데 따라 통화관리를 좀더 세분화할 필요성이 있다.
현행 통화관리는 M1(현금+요구불예금)과 M2(M1+저축성예금)의 관리로 되어있으나 1조원을 넘어선 CP발행규모, 계속 늘어날 해외채발행등을 감안하여 M3 (M2+대형정기예금· 정기환불정부증권), L(M3十기타유동자산)까지도 통화공급계산에 넣어야 효율적인 통화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는 복잡한 기술적인 문제여서 새로운 작업을 해야될 것이지만 중앙은행의 통화관리가 단순하면 할수록 자금의 흐름은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충고하지 않을 수 없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각 금융기관은 거대한 예금주와 대출선에 치중하여 중소기업이나 가계와의 거내를 등한히 해서는 안된다.
알기 쉽고 좋은 상품을 개발하여 소액거래자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금용기관만이 선두를 달리게 될 것이다.
금융기관 자율경쟁체제가 정착되면 정부는 시중은행의 민영화를 조속히 단행해야 한다.
시중은행의 명실상부한 민영화가 이루어지면 상업금융도 활발하게 전개되어 정책금융과의 분리가 가능하게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금통운위의 결정은 시은민영화에 앞선 단계적인 조치라고 해석하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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