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vs 새로운 신예강자 김주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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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3국
[제1보 (1~21)]
白·曺薰鉉 9단| 黑·金主鎬 3단

김주호3단. 아직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이 19세 신예기사는 프로 입단 4년째인 2003년 들어 돌연 비법을 터득한 사람처럼 연전연승을 거둬나가고 있다. 현재 24승3패. 22연승 끝에 최근 제동이 걸렸지만 전체 프로기사 중 다승 1위고 승률도 1위다.

권갑룡도장 출신으로 프로기사가 드문 서울의 은평구에서 살고 있다. 권갑룡7단은 김주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구속을 싫어하고 재미있는 것을 너무 밝히는 편이다. 유순하고 머리가 좋다. 바둑은 균형감과 탄력을 갖추고 있고 격렬한 전투보다 밸런스를 잡아가는 스타일이며 기다릴 줄 알고 역전승에도 일가견이 있다."

김주호는 서능욱9단을 꺾고 올해 처음 왕위전 본선에 진입했다. 그리고 3월 19일 하늘처럼 높아 보이던 조훈현9단과 본선 첫판에서 만났다.

김주호의 흑번. 포진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曺9단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아마도 잘 모르는 눈치다. 신예들이 하도 많은 데다 曺9단은 무척이나 바쁜 사람. 그러니 김주호란 신예가 최근 그토록 잘 나가는지 모를 가능성이 크다.

흑7 걸치고 백8 받았을 때가 이 판의 기로였다. 9로 달리면 曺9단은 백발백중 10의 '한국류'로 올 것이다. 그런데도 金3단이 9를 고집한 것은 내심 10을 기다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백10의 옆구리 붙임은 그동안 '한국류'란 이름 아래 중국.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0이 유력한 수로 결론이 나자 아예 9로 달리는 수를 두지 않는 경향마저 생겼다. 최근 일본의 10단전 도전기에서도 왕리청(王立誠)9단은 '참고도'처럼 그냥 흑1로 벌린 다음 흑7까지 두어 완승했고 10단 방어에 성공했다.

11 젖히면 12의 절단이 맥점. 이 때 13으로 몰고 15 잡는 수가 金3단의 준비다. 백은 물론 16의 축으로 잡지만 그때 19의 축머리를 두어 21로 막으면 전국적으로 충분하다는 나름의 계산법인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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