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조르는데도 한계…인상쇼크 없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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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엔 연초에 아빠의 수입에 맞춰 1년간의 지출계획을 세워 놓고 그대로 실행했는데도 따져 보니 매달 평균 5만원 정도는 적자가 났다. 적자를 메우려고 그동안 저금해 놓았던 것을 자꾸 찾아 쓰다 보니 어렵게 부어 온 적금은 허사가 됐다. 우리 집 가계부를 토대로 따WU볼 때 물가가 안정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생필품·아파트관리비·교육비·공공요금 등 줄일 수 없는 것들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새해를 맞기가 겁이 날 정도로 무슨 새로운 살림의 계획을 세워 볼 여지가 없다. 계획이라면 살림을 늘릴 생각은 아예 못한 채 아이들 학비에 지출계획의 최우선을 두고 적자 없이 현상유지를 하고 싶은 정도일 뿐이다.
이만큼 가정살림이 힘든데 나라살림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새해 경제가 여전히 어려우리라는 것도, 또「고통을 분담」해야 하리라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최근보고 들으면 당국은 실생활의 어려운 짐을 외면하려는 것인지 심각한 면은 가급적 감추고 체면만 세우려 드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참고 지내면 된다는 식의 얘기는 설득력이 없다.
어쨌든 당국에 바라고 싶은 것은 새해도 역시 물가안정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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