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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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81년이 저문다. 세막의 막바지에 서면 여느때와는 다른 유다른 감회에 젖는것이 인지상정이다.
올해는 특히 20세기의 마지막 20년을 내딛는 시간적 의미속에서 세기말적 종말의식이 깊은 자국들들 점철했다.
그것은 지구종말에 관한 수다한 예언서들의 범람과 유행으로 입증되기도하고 퇴폐문화의 창궐과 인간이성의 몰각이라는 형태로 확인되기도했다.
이해에 우리는 각방면에 걸쳐 몇가지 뚜렷한 성과를 이룩했다. 정치면에서 제5공화국정부의 출범으르 10·26이후의 정치공백을 메우고 새로운 국가발전이 기약되었고 경제적으로 2백억달러의 수출을 성취함으로써 선진한국으로 또한발 내디뎠다.
문화면에서는 제3세계연극제를 개최하고 경주에서 원삼국시대유물을 발굴하는등 수확을 얻었고 체육면에선 88서울올림픽의 유치등 획기적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를 세계사의 조명가운데서 의미논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지난 한해의 사건들을 연대기적으로 훑어 보더라도 포력과 광기를 표징하는 작태들이 명감한다.
그로해서 이해는 세계적으로 「암살의 해」로 규정되었다. 캘린더를 되돌려 잠시 훑어보더라도 「사다트」이집트대통령의 피격사망, 「레이건」미국대통령의 피격, 이란대통령과 수상의 폭사, ,교황「요한·바오로」2세의 피격등 암살의 해의 특징을 설명하는 사건들을 금방 찾아낼수 있다.
암살자들은 폭력을 선택하는 저나름의 맹신과 환상에 놀아나고 있다. 그들은 『미소의 제국주의적 죄악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교화을 제물로 삼았고, 여배우를 짝사랑했다 좌절한 화풀이로 「레이건」을 죽음의 표적으로 삼는 비합리에 사로잡혔다.
이미 79년말에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침공이 인류문명의 죄악상을 여지없이 폭로했거니와 그로부터 2년이 경과한 오늘까지 이의 해소가 요원함은 물론 새로 폴란드의 계엄사태로, 민주화를 추구하던 폴란드인의 이성은 야만스런 무력의 발굽아래 짓밟히고 있다.
그것은 또 아프가니스탄과 폴란드만에 한정된 문제도 아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현재 54개국에 모두 4천5백17명의 양심범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시대의 무모와 식욕의 광기는 국내적으로 주교사의 윤상군 살해사건과 하형사의 예금통장 요취사건으로 확인되었다.
그것은 이 시대 이 사회의 도덕적타락상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예이거니와 그 사건으로해서 우리사회에 준 충격은 실로 심각한 것이었다.
그것은 개인윤리의식의 마비만이 아니고 이 사회의 도덕부재가 낳은 생생한 증거이기때문에 우리의 절망과 참괴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이같은 인간상실의 범죄와 문명모독의 광기들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집약되는 20세기 기술문명의 병적증상으로 흔히 설명되기도 한다.
국제적으로 인류의 과학기술은 올해 우주왕븍선 콜럼비아 1·2호의 발사성공이란 위대한 업적을 세웠고 국내적으로 올림픽과 아주경기대회의 서울유치라는 기념비적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순엄성이 지켜지고 인간적인 사랑의 상호성이 존중되고 확보되지않으면 문명이 성취하는 펀리하고 풍요한 신세계도 무의미한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점에서 유엔이 「세계장애자의 해」로 선포했던 이해가 숱한 구호만을 남긴채 별다른 여운이 없었던 것도 외면할수 없다.
그러나 파란이 중첩했던 이 한해를 보내면서 이토록 반생과 자괴와 자책을 되씹는 것은 결코 오늘의 현실을 비관하는 자조와 체념을 확인하자는데 뜻이 있는것은 아니다.
우리의 과거를 가슴에 새겨 귀감으로 삼고 82년 임술새해를 장엄과 광명한 마음으로 맞이하자는 뜻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한사람 한사람이 새해의 역사속에 사람의 정도를 심어가도록 이 세모에 새삼 다짐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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