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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조정기구의 설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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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예상했던대로 중화학업체의 경영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과의 합작투자조건으로 투자수익을 보장해 준 일부 비료업체와 가전업계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업체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내·외수의 부진으로 가동률은 18∼70%에 머무르고 있다.
중화학업체 가운데는 앞으로 경기회복이 진전됨에 따라 경영이 호전될 업종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국제경쟁력이 상실됐거나 시장성이 없는 투자강행으로 존립기반이 허약한 부문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개편에 나서고 있는 것은 시장성이 없는 부문을 과감히 정비하여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자는데 뜻을 두고 있다.
그렇지 않고 무리한 지원책을 계속하면 귀중한 자원은 자원대로 낭비하면서 값비싼 제품을 국내시장에 내놓게 되어 국민경제에 이중의 부담을 강요하게 된다.
정부의 산업구조개편안의 타당한 논리적 근거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업계로서는 지난날의 중화학조정과 같은 방식이 재현되어 기업의 자율경영을 침해하고 그로인해 투자의욕이 저해되거나 전반적인 경영환경의 경색이 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정부의 강력한 권한이 개입되고 결과적으로 가격메커니즘의 위축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경제원리에 바탕을 두고 자연도태를 기다려야한다는 원칙론과 경제운용의 효율성을 살리기 위해 산업정책이 발동해야 한다는 정책간여론이 충돌한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마찰을 방지하려면 계획적 시장경제방식을 채택하여 가격메커니즘에 의존하되 지나친 산업의 집중등 예견할 수 있는 부작용을 제거토록 정책이 보완적으로 간여하여 교통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장질서의 교란도, 또는 과도한 관통제의 폐단도 예방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산업구조개편방안을 원만히 조정하고 수행하는 방안의 하나로 정책입안자, 산업계 및 학계인사들이 참가하는 선업구조심의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이 기구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각 산업부문별 연구소위를 구성하여 예컨대 비료소위는 비료산업의 성장기반조성 방법등을 연구할 수도 있게 한다.
그리고 각 경제단체·연구기관과 상호연결되어 중립적 위치를 견지토록 하고 다각적으로 협조관계를 갖게하면 효과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산업구조심의기구는 당면한 산업구조의 개편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도 제시하고 산업정책의 자문도하며 갖가지 문제점을 분석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독립적 역할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종전에 현실적인 욕구만에 쫓겨 긴급수술만을 하고 손을 떼는 업체의 통폐합은 진정한 의미의 산업조정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장·단기전략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상설기구를 두고 롤링플랜(rolling plan)을 도입하여 새로운 수단, 데이터등을 투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산업정책수립에 강력성을 주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중화학업체의 경영상태를 정상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급선무지만 장기적으로는「외부불경제」를 감안한 산업정책이 반드시 실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매연·소음·오염등 공해와 같은 외부불경제에 대한 반발이 경제성장과 정비례하여 커질 것이므로 소망스러운 산업구조를 이루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경제에 최대한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선업정책을 유도토록 중립적인 심의·조정기구가 있어야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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