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당분간 오르기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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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강신우 대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가 주주들의 실망감과 실적부진으로 당분간 오르기도 어렵다”고 전망했다. [사진 KRX매거진]

“삼성전자·현대차 너마저….”

 요즘 여의도 펀드매니저들의 최대 고민은 코스피의 ‘맏형’ 삼성전자와 현대차다. 믿었던 두 기업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한전 부지 매입 발표 이후 22만원이었던 주가가 18만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는 네 분기 연속으로 이익이 줄면서 지난 7월 140만원을 넘보던 주가가 이달 들어 110만원대로 떨어졌다.

 그럼 반대로 이런 생각도 들만하다. 지금처럼 시장이 공포에 질려있을 때 사두면 주가가 곧 반등하지 않을까. 지난 8일 만난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이 질문에 대해 “두 종목 모두 당분간 오르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1999년 출시된 ‘바이코리아’ 펀드를 운용했던 ‘1세대 펀드매니저’다. 2011년부터 한화자산운용대표를 맡고 있다.

 - 현대차 주가전망을 어둡게 보는 이유는.

 “물론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지표를 보면 주가가 정말 싸다. 하지만 저평가의 원인이었던 낮은 배당수익률,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가 이번 부지 매입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주주들의 실망감이 커 당분간 주가가 올라가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도 한전부지 매입이 발표된 뒤 현대차 비중을 많이 줄였다.”

 - 삼성전자도 최근 연중최저치를 계속 새로 쓰고 있다.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말할 때 보통 기준이 되는 게 PBR 1배다. 삼성전자는 주가가 PBR 1배 수준인 110만원대까지 내려온 상황이어서 더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고 주가가 바닥을 찍고 올라가기도 어렵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분기당 평균 9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런데 이번 3분기에는 4조10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스마트폰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럼 다음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제품이 안 보인다. ”

 - 코스피도 크게 오르기 어려운 건가.

 “주가가 오르려면 세 가지 중 하나가 필요하다. 기업실적이 좋아지거나 한국시장에 대한 저평가가 해소되거나 증시에 돈이 들어와야 한다. 우선 삼성전자와 현대차 실적전망이 밝지 않다. 내년 1~2분기까지도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 낮은 배당수익률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때문에 한국증시에 대한 저평가도 계속될 것 같다. 그럼 유동성이라도 풍부해야 하는데 달러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환차손을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긴 어렵다. 결국 증시를 받치는 건 국내기관투자자 밖에 없다. 한 마디로 답답한 시장이다.”

 강 대표의 사무실 유리칠판에는 네 단어가 적혀 있다. 중국 소비·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바이오·배당이다. 그가 생각하는 미래 먹거리다.

 - 칠판에 적어둔 이유가 뭔가.

 “시간 날 때마다 보고 고민하기 위해서다. 한국을 찾는 중국관광객이 늘어나는 속도를 보면 마치 6·25전쟁 때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보는 것 같다. 아모레퍼시픽처럼 중국의 중산층을 공략하고 있는 한국기업을 찾아 투자해야 한다.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고배당주를 추천한다. 한국도 이제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 거기에 맞춰 펀드매니저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예전처럼 단기 모멘텀 투자(주가가 오르는 종목을 따라 사는 방식)나 성장주 투자만 고집하다간 공룡처럼 멸종할지도 모른다. 수익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 2011년 중국을 등에 업고 선전했던 ‘차화정’ 업종의 시대는 끝난 건가.

 “조선 업종은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공급과잉에다 기술 면에서도 중국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이 일본의 조선업을 밀어냈듯이 지금은 중국이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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