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IT수출, 5월엔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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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탄탄대로를 달리던 정보기술(IT)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IT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월별 수출액이 전년에 비해 줄어든 것은 2002년 2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보통신부가 3일 발표한 '정보통신산업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IT 수출액(잠정 집계)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 줄어든 63억7000만 달러다. 반면 수입액은 35억1000만 달러로 7.8% 늘어 IT 전체의 무역흑자는 3억9000만 달러 감소한 28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IT 비중은 지난해엔 29%에 달했으나 올 들어 5월까지의 비중은 26%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수출전선을 이끄는 IT의 수출액이 이같이 줄어든 것은 환율 하락 탓이 가장 크다. IT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액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액은 9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무려 36.9%나 떨어졌다. 또 IT산업 구조가 저가제품(Low-End)에서 고부가가치상품(High-End)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빚어진 현상이란 분석도 있다. 정통부 민원기 정책총괄과장은 "PC.셋톱박스.모니터 등 기술 수준이 평준화된 수출시장을 중국에 내줬고 차세대 수출 유망 품목인 디지털TV 등의 수출 규모는 예상보다 크게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품목별 수출 실적에서도 이런 징후가 나타난다. 반도체.휴대전화기 수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PC 등은 맥을 못 추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기는 환율 하락이란 악재를 딛고 지난해 5월보다 각각 5.7%(25억1000만 달러)와 1.5%(19억3000만 달러) 늘었다. 디지털TV도 1억4000만 달러로 6.5% 증가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동유럽.중남미.인도 등 신흥시장에 대한 IT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올 IT 수출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올 1월 이후 꾸준히 월별 수출액이 60억 달러를 유지하는 것도 IT 수출 기반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68억 달러까지 치솟았던 IT 수출액이 환율 급락으로 올 1월 61억 달러로 급감했지만 이후엔 계속 60억 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통부는 형태근 정보통신정책국장을 반장으로 하는 'IT 수출 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다각적인 수출 진흥책을 추진키로 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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