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한국마라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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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마라톤을 들먹이면『뒷걸음치는…』이라는 수식어가 꼭 붙어다닐 정도가 됐다. 차량홍수· 매연공해 속에서 기적을 바라는 『꿈꾸는 한국마라톤』 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통상 2시간9분대이며, 급기야 2시간7분대를 넘보게된 세계의 추세엔 아랑곳 없이 게걸음도 아닌 뒷걸음만을 거듭하는 한심한 낙후상을 올해에도 재연했다.
3월1일 일본 동경국제마라톤에 출전한 박원근·이선희가 완주도 못한채 도중기권할때부터 조짐이 안좋았다. 곧이어 거행된 동아마라톤에서 신인이홍렬이 역주, 예상외의 우승을 차지했으나 기록은 2시간21분24초.
또 11월의 전국선수권대회에서도 2시간20분33초(김학수)에 불과했다. 올해의 최고기록은 10월의 전국체전때 임상규가 세운 2시간19분53초였다.
이 기록은 작년최고기록2시간18분20초(배은환)보다 1분33초 뒤진 후퇴이며 한국최고기록 2시간16분15초 (문흥왕·74년) 보다는 3분38초나 늦어 지난7년간의 한국마라톤은 낮잠만 잔 셈이다.
공교롭게 올해들어「알베르토·살라자르」가 2시간8분8분13초(뉴욕마라톤·10월),「로버트·카스텔라」가 2시간8분18조 (후꾸오까마라톤·12월)의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 69년도 「데릭·콜레이턴」의 2시간8분34초를 12년만에 잇따라 경신함으로써 한국마라톤에 더욱 큰 경종을 울려줬다.
일본의 경우 4월의 보스턴마라톤에서 뇌고리산이 2시간9분26초, 후꾸오까대회에서 이등국광이 2시간9분37초를 각각 기록, 한국과 엄청난 격차를 보였다.
한국마라톤 후진의 근본원인은 고달프기만하고 실익(실익)이 없는 육상이 대중의, 특히 학생들의 인기를 끌지못하기 때문.
때마침 88년 올림픽유치에 자극받아 마라톤 재건의 소리가 들끓었고 신기록수립에 총액 1억5천만원의 현상금(?)이 나붙어 화제가 됐다. 오는27일 일본요미우리대회에 출전할 박원근의 마지막 대시에 또한번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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