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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속에 맞는 세모…송야·송년시 투고 많았으면|동화같은 『첫눈내리는 날』, 음보바꾸면 좀더 여유 생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하도 모퉁이에 구세군의 자선 남비가 걸리고 거리에 크러스머스 카드와 새해 달력들이 진열되는 세모(세모), 이 무렵이면 사람들은 으래 지나간 한해를 뒤돌아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아쉬움과 뉘우침의 순간만큼 인간을 순수하고 진실하게 하는 때도 드물다. 그것들은 진실한 미래지향의 발판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정서는 시의 좋은 소재가 된다. 우리 선인들이 많이 남긴 제야시나 송년시들은 이런 아쉬움과 회한을 읊은 것들이었다. 다음 주에는 이런 시조가 많이 투고되었으면한다.
「당산나무」의 각자 강효백씨는 가장 많은 작품을 투고한 분이다. 다작인만큼 정돈되지 않은 것도 있고 좀 야살스런것도 있기는 하나 많이 짓는다는 것은 시작수업의 좋은 방법의 하나임에는 틀림 없다. 이제부터는 단순한 상념을 단순한 그대로 쏟아 버리는 자세를 지양하고 여러 상념들을 모아서 여과시키고 승화시키는데 힘을 기울이면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같다.
「폭포」의 앞 연은「은하수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다」(의시은하낙구천)고 한 이백의 싯귀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둘째 연이 이를 제대로 받지못해 맥이 풀렸고 특히 종장의 야무진 갈무리가 아쉽다.
「눈동자」는 소재가 좋아서 취했다. 작자의 상념이 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재구성해 보았으니비교해 보기 바란다.
「손(객)」은 회화적수법, 다소 조작적인 느낌이 들기는 하나 그런대로 재미있는 작품이다.
「마지막 달력」은 세모우감(세모우감)의 하나. 그저 무난한 솜씨이지만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자세에 호감이 간다.
「첫눈 내리는 날」은 동화와 같이 소박하고 천진스런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꽁꽁꽁」을「꽁꽁」으로 고쳐 보았다. 석자를 반복하면 각박한 삼음보가 되지만 두자만 써서 장음으로 읽으면 도리어 4음보격이 된다. 소방 표어에서「불불불불조심」 보다는 「불 불 불조심」해야 도리어 4·3조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장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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