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총장 퇴진요구 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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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이재규 총장의 교직원 비하 발언 등으로 시작된 노조와의 갈등이 총장 퇴진운동으로 번지면서 학교가 혼란에 휩싸였다.

이들은 "총장이 사퇴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총장은 "사퇴할 만큼 잘못한 일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거세지는 사퇴 요구=대구대 본관 앞 잔디광장은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농성장으로 변했다. '총장 완전 퇴진을 위한 교수모임'(대표 전형수 경제학과 교수) 소속 교수들이 지난달 25일 천막농성을 시작한 데 이어 27일 교직원 노동조합(위원장 김현수)의 노조원도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학생들로 구성된 '총장 퇴진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도 지난달 4일 이후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농성장에는 "총장 완전 퇴진"등의 구호가 적인 플래카드와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교수모임의 전 대표는 "교직원을 비하하고 교비를 유용하는 등 총장의 잘못된 학교 경영으로 대학이 위기에 빠졌다"며 "하루빨리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총학생회와 비대위 등 소속 학생들은 총장실을 봉쇄하고 총장 체포조를 구성해 출근을 막고 있다. 혼란이 계속되자 학교법인도 해임을 포함한 이 총장의 징계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발단=이 총장이 교직원을 무시하고 여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는 등 비이성적 행동이 원인이라고 노조와 교수모임 측은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남녀 교직원 80여명이 모인 교육장에서 "우리 학교에 아직 6급(계장급) 이상 여자도 있나"는 등 여직원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또 학교 홍보를 맡고 있는 여학생 도우미를 다방 종업원에 비유하고, 남자 직원들을 나무라며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하는 등 여러 차례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3월 이 총장을 성희롱과 임금체불.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대구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이 총장이 3월 입학정원을 650명 감축하고, 직원수와 임금을 각각 10% 줄이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것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총장 입장=이 총장은 "나는 총장직에서 물러날 만큼 잘못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하거나 일을 잘하라는 취지에서 다소 문제가 있는 표현을 했지만 '희롱.모욕'을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발해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며 "학교 발전을 위해 소신껏 일한 사람을 나가라고 한다면 총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계속 일하라는 사람도 있는 만큼 거취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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