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홀아버지 가정 24만 시대의 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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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 3년이면 이가 서 말'이란 속담이 있다. 홀아비를 '싱글 대디'로 옮겨 궁상을 덜어내도 여전히 편부로 살아가기란 여간 녹록지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들로 갈수록 싱글 대디가 늘고 있다.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자주 쓰는 맺음말처럼 '이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00년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편부 가정'은 모두 22만5000가구였다. 1995년 조사 때보다 무려 7만 가구나 늘어난 숫자. 당시 통계청은 2005년이면 편부 가정이 24만2000가구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처럼 싱글 대디가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이혼. 통계청이 올 초 발표한 혼인.이혼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선 지난해에만 13만9400쌍이 갈라섰고, 이 중 65.5%가 미성년인 자녀를 두고 있었다. 이런 여파로 통계청은 편부 가정이 2020년엔 28만4000가구까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싱글 대디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는 거의 없다. 5년 전 아내와 갈라선 뒤 혼자 딸을 기르고 있는 양창호(39)씨. 그는 "싱글 대디에겐 '싱글 맘'도 모르는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양씨가 꼽는 싱글 대디의 가장 큰 고충은 따가운 눈총. 싱글 맘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로 인정돼, 동정 어린 시선을 받는다. 그러나 사별이 아닌 경우, 싱글 대디는 "오죽했으면, 마누라가 애까지 놓고 갔을까"라는 손가락질을 받게 마련이다. 또 아무리 아이를 잘 돌봐도 '아빠는 언제든 아이를 버릴 수 있다'라는 편견 아닌 편견 탓에 '24시간 어린이집' 등에서도 잘 받아주려 하지 않는다. 셋집을 얻으려고 해도 같은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다.

이 밖에 가사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다 보니 맞닥뜨리게 되는 자잘한 일상에서의 문제도 싱글 대디를 힘겹게 한다. 세심한 사랑을 주지 못하는 탓에 생기기 쉬운 아이들의 정서 불안도 큰 문제다.

그렇지만 이들이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은 많지 않다. 싱글 맘의 자립을 돕는 단체들은 많지만, 싱글 대디를 위한 시설은 아직까지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황은숙 한부모가정연구소장은 "한국 남성들은 육아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어, 혼자 남게 됐을 때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까지 생긴다"며 "주변에 편부 가정이 있다면, 처음의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노력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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