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사건 그후의 이야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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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천시도화동235번지 야산30만평을 깎아 세운 학교법인 선인학원-.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14개 각급학교 1천여교직원과 3만여학생을 거느린 매머드학원은 세찬 겨울바람속에 우뚝 서 있었다. 활기찬 학생들로 학원안은 한겨울인데도 열기에 차있었다.
지난3월 학교구석구석을 휘몰아친 엄청난 「태풍」을 경험한 탓일까. 설립자 백인엽씨(59)가 학교운영과정에서 빚은 부작용으로 구속되고 1천억원으로 평가된 이른바 「선인왕국」을 포기함으로써 「선인가족」은 한때 「공중분해」까지 내다보는 위기에 몰렸었다.
지난4월에 문교부가 파견한 임시이사진은 법인의 재산권에 관한한 거의손을 대지못한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한 감정운영체제로 학원을 이끌어가고 있다. 신기석임시이사장(73·전 부산대총장)은『착수만 해놓은 도서관·대학원건물 준공에만도 1백60억원의 재원이 필요합니다』라면서 『학교안의 식당·제주감귤농장·서울충무로의 빌딩등 법인재산이 있지만 건설공사나 미불금 청산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라고 걱정했다.
신이사장은 『우선 각 건물에 수세식화장실을 설치하고 상하수도를 끌어들이는 공사부터 시작했읍니다. 방대한 시설을 학교기능에 맞도록 재정비, 준공검사를 받고 학사운영을 정상화하는 일이 임시이사진의 임무인 것으로 압니다』고 했다.
14개학교를 모두 5층이상 12층(인천대)까지의 고층건물로 지어놓고 건물안에 식수나 화장실은 물론, 전기시설도 제대로 안돼 겪어온 불편제거에 나섰다. 부분적인 정상화작업이다.
1천여명의 초·중·고교교원중 무자격자 50명을 면직, 유자격자로 채웠다. 인천대의 교수진도 보강, 박사학위 소지자 11명을 신규채용했다.
교원의 호봉도 근무연수에 따라 재조정되고, 방학조차 없이 출근하면서 밤이면 보초까지 서야했던 비정상업무도 없어졌다. 선인학원에서 11년을 근무한 윤태용교사(38·선화여상학생주임)는『선생님들의 근무자세가 자율화됐읍니다.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가 된거죠』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학부모들의 인식도 달라져 17일에 있은 이학원 산하 고교입시의 지원자는 1·4대1의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학교운영체제 역시 큰 변화가 있었다. 14개교 3만여학생을 대상으로 통합운영돼온 실험실습시실·경리·서무각종 증명서 발급업무가 학교별로 나누어졌다. 학교단위 지원부서를 갖게된 효과는 집중운영에 의한 시설이용의 효율성이나 인건비절약 이상으로 크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학생들도 이젠 「내학교」란 의식이 싹트고 있다고 했다. 진정과 투서가 끊이지 않던 학교주변 주민들도 이젠「우리학교」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학교용지로 지정돼 주택보수나 신축이 불가능했던 3만평을 학교가 솔선해서 용도를 해제토록 건의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인천대학의 변화는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교육대학원을 설치해 82학년도에 개교하고, 대학에 국민윤리학과·정치외교학과·체육학과가 신설됐다. 이념교육을 위한 평화통일연구소와 외국어교육원이 설치됐고 경기도유일의 대학축구팀도 창단됐다.
『부작용없는 건설은 없습니다. 설립자의 공은 인정해야합니다. 그러나 부정은 과감히 제거하고 학생과 교직원『학부모가 바라는 학교로 키워나가야합니다.』 김민하학장은 그래야만 설립자의 공도 한층 빛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1월 축구부가 창단될 때 학생들은 1백50만원을 모금, 훈련비로 내놓은 일도 있읍니다. 』 이우영군(23·인천대기계과3년)은 학생들의 애교심이 전에 없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했다.
그러나 한푼을 아껴 벽돌을 쌓고, 직접 변소를 치면서 정원수를 가꿨다는 설립자 백인엽씨는 이젠 말이 없다. 학교법인 운영권포기와 함께 1백5억원(85년기준)의 개인재산을 학원에 내놓은채 구속 6개월만인 지난8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그는 일체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다. 임시이사로 추가선임돼 이사장설이 파다했던 백선엽장군(61)도 이사회에만 참석할뿐 사적인 입장에서는 선인학원운영에 노코멘트.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임시이사진이 물러난뒤 운영권의 향방도 분명치 않다. 설립자 백씨가 국가헌납이란 전례없는 형식으로 운영권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운영권이 누구에게로 돌아가든 이제 선인학원은 한개인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이제는 개혁의 의지로 교육적 양심에 따라 투자할 때입니다.』 김민하학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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