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최후의 균형자는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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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미 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 온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운을 뗐다. 지난달 31일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균형자론은 일본의 군비 강화가 한창 진행 중일 때부터 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윤태영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즉각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띄워 "노 대통령은 철저하게 한.미 동맹의 토대 위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을 강조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의 '본심'을 자세히 설명했다.

1일엔 외교부가 뒤를 이었다. 천영우 외교부 외교정책홍보실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동북아 역내에서 '최후의 균형자'는 바로 미국"이라고 밝혔다. 또 "동북아에는 '역내 균형자'인 한국과 '세계적 균형자'인 미국이란 두 겹의 균형자층이 있다"며 "한.미 동맹이 감당할 수 없고,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관계없는 부분에서 한국의 역할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우리의 1단계 균형자 역할이 성공하면 미국이 개입할 필요가 없겠지만, 우리의 균형자 역할이 100%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2단계 역할이 필요한 것"이라고도 했다. 한마디로 "균형자론은 한.미 모두에 상호보완적인 개념이며, 결코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배치되는 게 아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확실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급적 정상회담 이전에 균형자론에 대한 오해와 논란들을 종식하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잖아도 최근 "무슨 힘이 있다고 균형자냐" "이제 미국.일본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국내외 일각에서 제기되던 터였다.

문제는 이 같은 잇따른 해명이 "이 얘기는 결국 동북아 균형자론을 제기하기 이전의 상황으로 슬그머니 돌아가자는 것 아니냐" "호기롭던 당초 주장에서 후퇴하겠다는 거냐"는 또 다른 시각의 비판들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이날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이 맨 처음 균형자론을 밝혔을 때의 비전과 최근 정부 당국자들의 구체적 설명은 크게 다를 게 없다"며 "균형자론에 대한 (미국의) 오해는 거의 해소된 상태"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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