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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재반론: 5월 30일자 이윤배씨 글에 대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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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선대 이윤배 교수는 5월 30일자 글을 통해 '사학법 문제,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한다는 필자의 글을 반박했다. 이 교수는 사학 경영과 기업 경영은 차원이 다르고 교사.교수.학부모.학생 등의 학교운영위 참여를 사회주의 집단농장 몰락과 비교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다른 대부분의 재벌 기업은 왜 삼성전자처럼 '황제 경영'을 마다하고 노조를 허용하고 경영과 소유를 분리, 기업을 경영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학법 개정안은 사학을 집단운영체제로 바꾸려는 목적이 아니라 투명하며 공공성과 자율성을 확보한 사학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의 지적처럼 사학 경영과 기업 경영은 물론 차원이 다르다. 사학의 목적은 인재 양성이며 기업의 목적은 이익 창출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목적이 다르다 해도 운영 원리는 다르지 않다. 사학의 경우 '내 학교'를 명문으로 키우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는 '주인'이 있을 때 인재 양성이라는 목적을 더 잘 달성할 수 있다. 기업 또한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주인'이 있을 때 그 기업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자는 다르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책임 운영의 주체, 곧 '주인'이 없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집단농장을 예로 든 것이다.

삼성전자를 거론한 것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보다 황제 경영이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기업 경영에 보다 큰 성과를 올릴 수도 있고, 주인(대주주)의 직접 경영이 기업을 더 잘 키울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로 갈 것인가, 주인의 직접 경영으로 갈 것인가의 판단은 사회가 아니라 '주인'이 해야 한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안은 그 판단을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이어서 문제가 된다.

이 교수는 사학법 개정안이 사학을 집단운영체제로 바꾸려는 목적이 아니라 투명하며 공공성과 자율성을 확보한 사학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정안의 내용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이든 아니든 교사 등을 학교 경영에 참여시킴으로써 재단 경영을 집단운영체제로 가자는 것이다.

사학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문제는 방법이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위해 책임 운영의 주체를 없애버리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며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거듭 지적하지만 평준화 지역에서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고등학교는 대부분 책임 운영의 주체인 '주인'이 있는 사학이다. '주인'을 없애면 '사립'이라고 할 수 없고 그 경우 누가 사재를 털어 넣으려 할 것인가. 또 강한 열망과 애착을 가진 주인이 사라졌을 때 교육의 질적 저하는 피할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조남현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