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진실찾기 첫 걸음 교과서 반영이 큰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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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2002년 출발 당시부터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역사공동위는 일본 후소샤판 교과서의 동아시아 역사왜곡 문제를 풀기 위해 만든 모임이었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문제는 제외한다'는 한계선을 그어 놓고 시작한 것이다.

이는 일본 측이 제안한 것이었지만 한국 측도 '판 자체를 깨지는 말자'는 견해가 우세했다. 결국 역사교과서 분쟁 해결이란 본래의 목적에 접근조차 못하고 양측의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데 머물고 말았다.

그렇더라도 양국 역사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역사적 진실 찾기를 위한 첫발을 뗀 것은 적잖은 성과다. 31일 3년간의 활동을 마감한 역사공동위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와 학자들이 "절반의 성공"이라고 애써 자평하는 근거다. 외교부 당국자는 "어느 누구보다 국수주의적 자세를 갖게 마련인 역사학자들이 3년간 50여 차례나 공동회의를 열고 머리를 맞댔다는 점은 그 자체로 커다란 진전이다. 2기 역사공동위로 넘어갈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역사공동위에 참여했던 한 연구위원은 "한.일 간 역사를 연구하는 일본 내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어로 된 논문을 읽을 기회가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일본어로 번역돼 널리 배포된 만큼 앞으로 양심 있는 일본 학자라면 우리 측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국 학자들이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역사 문제에서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뭔지를 먼저 밝히는 게 순서"라며 "독일과 프랑스.폴란드도 1972년 처음 공동 역사연구를 시작하면서 이 단계부터 차근차근 밟아갔다"고 해명했다.

2기 역사공동위의 가장 큰 숙제는 역시 연구 성과를 양국 교과서에 반영하는 문제다. 정부 당국자는 "교과서가 바뀌어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수 있다"며 "2기 역사공동위에서는 반드시 교과서와 연계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교과서 반영에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본 측 연구위원인 미타니 다이치로(三谷太一郞) 세이케이(成蹊)대 교수는 지난달 5일 열린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언젠가는 연구 성과가 양국 간의 공통인식으로 확산돼 교과서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좋은 일"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도 "물론 반영된다면 바람직하겠지만 일본의 교과서 검정제도상 출판사에 특정 내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며 완곡한 거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배영대.박신홍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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