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지키는 초계기 P-3C기 동승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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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Korean Navy(우리는 한국 해군)." "너의 위치는 북위 38도 21분 동경 130도 15분."

레이더 스코프에 미확인 상선이 나타나자 여군 전술통제사 강미영(25.사관후보 98기) 중위가 그 상선을 호출했다. 이어 1㎞ 고도를 날던 해군 해상초계기 P-3C는 곤두박질쳤다. 초계기는 바다로 뛰어들 듯 급강하했다.아찔했다. 계기판은 어느새 고도 247피트(75m). 초계기는 상선에 바짝 다가가 갑판에 실린 화물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 같은 확인은 세 번 반복됐다. 최종 확인 결과는 아일랜드 선적의 5000t급 상선. 자동차를 싣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길이었다. 이처럼 P-3C는 북한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되는 배들을 검색한다.

이날 P-3C의 임무비행은 5시간. 오전 9시58분 포항기지를 이륙해 동쪽으로 곧장 비행했다. 이어 한국항공관제구역(KADIZ)을 따라 진행하면서 일본 순시선과 독도에 대한 경계를 마친 뒤 북한 해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복귀하는 순서였다.

기름을 아끼기 위해 4개의 엔진 가운데 한 개를 끄고 비행하던 P-3C는 이륙 한 시간도 안 돼 독도 상공에 도착했다. 내려다보이는 독도는 호수처럼 잔잔한 동해에 예쁜 수석처럼 떠 있었다. 매일 독도 주위를 맴돌던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은 보이지 않았다. 심재옥(중령.해사 38기) P-3C 대대장은 "교대 중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P-3C는 주로 야간비행을 한다. 심 중령은 "P-3C는 평소엔 오후 11시~다음날 오전 4시 사이에 경계임무를 수행한다"면서 "독도를 지나갈 때면 밤새 근무하는 레이더 감시반과 일부러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외로움을 달래고 졸음을 깨우기 위해서다.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는 바다와 하늘을 구분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북방한계선(NLL) 가까이에선 북한 장전항을 드나드는 함정들이 포착됐다. 잠시 후 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때 좌초한 북한 상어급 잠수함의 침투로에 이르자 음파로 잠수함을 찾아내는 장치인 소노부이를 투하했다. 초계기 꽁무니에 달린 해저자기장탐지장치(MAD)는 부지런히 바다 밑 상황을 추적한다.

잠수함이 있으면 자기장이 변해 금세 알 수 있다. P-3C는 잠수함의 천적이다. 전시에 북한 잠수함이 동해로 침투할 경우 하루에 한 번씩 산소 확보와 충전을 위해 부상하거나 스노컬을 물밖으로 내밀어야 하는데 P-3C는 이때 찾아내 공격한다. 잠수함을 발견하기만 하면 10분 안에 하푼미사일 또는 어뢰로 격침할 수 있다고 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P-3C=해군 6전단 소속으로 포항에 모기지를 두고 있는 P-3C는 1995년 8대가 도입됐다. 97년 11월엔 서해 소흑산도 서북방 101㎞ 해상에서 중국 잠수함을 찾아내 중국 쪽으로 쫓아낸 적도 있다. 길이 35m, 폭 30m, 높이 10m, 15시간 체공, 최대시속 750㎞, 승무원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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