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담도 무리수' 의문 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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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용 전 인사수석이 2003년 중반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서남해안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청와대 핵심 실세들이 왜 행담도 개발에 적극 간여했는지 의문의 실타래가 풀려가고 있다.

◆ 인사수석의 전문성 논란=당시 정 수석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인사수석 일도 바쁘다"며 거절했으나 "영양실조 상태인 호남의 발전이야말로 국토 균형 발전의 요체"라는 노 대통령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결국 이 일을 맡게 됐다. 임무 부여의 적절성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오랜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정 전 수석이 호남에 인맥이 많은 데다 무엇보다 호남 발전에 대한 열의가 누구보다 커 전문가는 아니지만 노 대통령이 적임자로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정 전 수석은 국가균형발전위를 통해 서울대 문동주 교수에게 서남해안 개발 프로젝트를 맡기면서 본격적으로 이 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정 전 수석은 2004년 4월 예산으로 재원을 충당하긴 곤란하다는 균형발전위의 얘기를 듣고 외자 유치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이 사업의 주체를 동북아시대위원회로 바꾼다. 정 전 수석은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에게도 서남해안 개발사업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정 전 수석은 지난해 5월, 문 위원장 등은 지난해 7월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을 소개받았다. 이후 행담도와 서남해안 개발사업 개념이 얽히면서 행담도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 의향서 발급, 양해각서 체결 등 동북아시대위의 무리수가 터져나왔다.

◆ 사업 성공을 위해 무리수 둔 듯=청와대는 지난달 29일 문정인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동북아시대위가 부적절한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동북아시대위의 오판을 이번 사태의 주요인으로 꼽은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서남해안 개발에 대한 의지와 추진 지시를 알고 있는 핵심 실세들이 '성공'에 집착한 것이 무리수를 낳은 요인이 아니었느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 전 수석이 31일 오전 "노 대통령의 지시로 서남해안 개발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확인한 배경도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이 정 전 수석을 월권 시비에서 벗어나게 해 주려고 '해명'을 용인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 조사를 앞둔 정 전 수석이 입장을 정리한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 야, "청와대 아마추어리즘의 극치"=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서남해안 개발사업을 정 전 수석에게 맡으라고 했다는데 오로지 호남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싫다는 사람에게 일을 맡긴 셈"이라며 "청와대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전 대변인은 또 "김재복씨가 무려 아홉 차례에 걸쳐 청와대를 출입했는데 청와대는 허구한 날 사기꾼 비슷한 이들에게 속기만 했다"며 "이는 청와대 무능주의의 극치"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행담도 게이트가 불거지자 노 대통령이 정 전 수석에게 메모를 전달했다는데 메모를 받은 정 전 수석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는 대충 짐작하고도 남는다"며 "직접이든 간접 관련이든 지도자는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이라고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전 대변인은 이를 두고 "청와대 무책임주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최훈.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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