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 50주년…생산량, 지구 5바퀴 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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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연륜이 반세기가 됐다. 1955년 미군이 폐기 처분한 군용지프의 엔진과 변속기들을 불하 받아 재생한 후 드럼통을 두드려 펴서 만든 철판을 입혀 생산한 '시발자동차'가 국산 1호차량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는 지난해 자동차 수출 누계로 1000만대를 넘어선 날인 5월12일(1999년)을 '자동차의 날'로 정했다. 하지만 올해는 '2005 서울모터쇼'등의 일정 때문에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50주년 기념식'을 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연간 346만9000대(2004년)의 차량을 생산하는 세계 6위의 자동차 강국으로 올라섰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5.4%로 미국.일본.독일.중국.프랑스와 어깨를 겨루고 있다.

자동차는 수출효자 품목이다. 1976년 7월 현대차가 포니 6대를 에콰도르에 수출한 후 지난해까지 총 1995만4000대를 해외에 팔았다. 이를 일렬로 세우면 길이가 9만5780㎞가 된다. 지구를 2.4바퀴 돌수 있는 거리다. 또 50년동안 생산한 차량의 길이는 모두 20만8930km로 지구 5.2바퀴에 달한다. 현대기아차그룹은 GM과 포드.도요타.르노닛산.폴크스바겐.다임러크라이슬러.푸조에 이어 세계 8대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자동차 산업의 본거지인 미국(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생산공장을 준공해 쏘나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KAMA의 이영국(GM대우 수석부사장) 회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2010년까지 우리나라를 세계 4대 자동차 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자동차 산업인 모두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장에서 자동차산업 발전 50년 역사와 현황.미래를 보여주는 영상물 상영과 사진전이 열렸고 KAMA는 '한국 자동차산업 50년사'를 펴냈다.

KAMA는 또 자동차산업 통합 정보기술(IT)센터와 정보지원센터, 미래형 자동차 체험관 등을 갖춘 '한국자동차 인포테크 센터'의 건립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의 이한구 박사는 "우리나라는 2012년에 5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춰 세계 4위의 자동차 생산국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 정부가 친환경.지능형 자동차 개발지원에 적극 나서야 이같은 목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념식에는 이해찬 총리를 비롯해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 제롬 스톨 르노삼성차 사장, 소진관 쌍용차 사장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봉고 신화'를 일궈낸 '봉고 승합버스'는 24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기아차는 1일부터 '봉고Ⅲ버스'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봉고차 생산라인을 내년 출시 예정인 소형 미니밴(프로젝트명 UN) 전용라인으로 바꿀 계획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오는 7월 출시될 카니발 후속차량(프로젝트명 VQ)의 11인승 모델과 12인승이 주력인 봉고버스의 시장이 상당 부분 겹친다고 판단, 봉고버스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광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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