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만 하지말고 어른부터 수범을|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자세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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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청소년 범죄는 현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이 같은 청소년 문제를 진단해 보는『청소년 문제와 사회윤리』라는 주제하의 모임이 7일하오 YMCA대강당에서 열렸다. 국제 와이즈먼 클럽 주관으로 열린 이 특별논단에는 이수성교수 (서울대), 유재천교수 (서강대), 은준관교수 (연세대) 등이 나와 청소년범죄를 법학·사회학·심리학적인 측면으로 다루어 보았다. <관계기사 10면>
지금까지 청소년에 대한 기존연구는 대부분이 교육학이나 심리학을 배경으로 서울과 대도시의 학생을 대상, ①청소년심리 ②청소년의 가치관 ③생활실태 ④청소년문화 ⑤청소년의 비행 범죄 ⑥청소년 문제와 선도책등에 집중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시골청소년·근로청소년·무직청소년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빈곤한 실정에 있다.
법률적인 면에서 청소년의 문제를 조명한 이수성교수는『법학적인 입장에서 청소년문제는 이미 발생한 사실에 대한 처벌위주의 관점일수 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우리나라 현행법상 청소년의 연령기준은 근로기준법은 16세, 병역법은 19세, 민법상행위능력은 20세이상등 각 법에 따라 행위능력의 주체연령이 달라 청소년범죄와 성년범죄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지켜지지 않는 법」이 존재한다』고 청소년개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적수준이 낮고 사회심리적으로 이유기에 처한 청소년들은 행동양식의 대부분을 중학생인 경우 48%, 고등학생의 경우 70% 이상을 학우나 동네친구들에 의해 지배받고 있어 가정교육보다는 사회윤리채제 교육이 심각함을 드려내고 있다. 그 결과 성년 범죄의 95%가 빈곤에서, 소년범죄의 92%가 어려운 가정에서 유발되는 현장을 감안, 경제적인 부의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해 나가느냐에 청소년 범죄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놓여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 시정책으로 이교수는 ▲대중매체를 통해 이성교제와 자살의 유혹이 급증하는 실정에 비춘 문화갈등의 해소 ▲잦은 교육제도의 변화로 인한 국가정책의 불신감회복 ▲합리적인 부의 분배등을 들고 있다.
한편 청소년의 문제를 사회구조적인 관심에서 다루어본 유재천교수는 청소년범죄를 『사춘기 연령이 낮아지고 직업활동의 준비기간이 길어짐으로 해서 청소년세대가 확장되고 있어 청소년 범죄 역시 늘어나고 있다』고 풀이한다.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은 성적인 성숙에 정신적인 충족이 미치지옷해「나는 과연 무엇인가」「내가 해야할 역할은?」등의 갈등을 강하게 경험하는데 기성세대들 역시「성실하고 정직한 교육이 옳은 줄 알면서도 그러한 교육이 평생의 삶에 과연 행복을 보장해 줄 것인가에 대한 회의로 인해 확고한 가치관을 심어주지 못하는 모순된 현실이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이러한 점에서 청소년 문제를 바로 보기 위한 시각은『기성세대와 청소년은 서로 다른 문화집단임을 기성세대가 먼저 인정하고, 청소년문제는 바로 어른들이 만든 환경 때문이라는 사실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유교수는 주장했다.
또 은준관교수는 『청소년범죄가 발생하면 그제 서야 「이럴 수가」라고 분개하면서 범죄유발의 예방책보다는 범죄 그 자체에 급급하는 현실 때문에 청소년문제의 악순환이 거듭된다』고 지적하면서 「네가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용납하겠다」라는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통기타문화·섹스문화·은어의 문화」등으로 표현되고 있는 청소년문화는 자칫 이러한 특징이 청소년기 행동양식의 전체인양 확산될 위험을 안은 채 그 누구보다 실존적인 몸부림의 주체로서 청소년을 이해하려는 기성세대의 자각을 강렬히 필요로 하고있다.
금지구역이 지나치게 많아 갈 곳이 없고 어른의 무절제한 행동양식이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현대의 실정은「금지」만을 내세울 뿐 정작 청소년들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드러낼 만한 접촉점을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결국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으로는▲기성세대의 반성▲학습의 인간화▲가정부재의 극복▲여가시간활용의 여건조성등으로 결론지었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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