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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와 혼미…늪에 빠진 한국문학|침체의 원인과 80년대의 전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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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늘의 한국문학은 방황과 혼미를 거듭하면서 넓게는 한시대의 정신사를 감당해야하는 문학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한편으로는 70년대 문학이 성취하여 80년대에 넘겨준 작업으로부터도 후퇴하는 무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문인들은 이 같은 현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문학의 침체가 흔히 말하는「외부의 제약」때문만이 아니라 문인자신들의 문학에 대한 자세와 인식의 허점에서도 연유되는 것임도 말하고있다.
최근에 나온 문학평론가 김병익씨의 『덫에 걸린 80년대 문학』과 소설가 박태순씨의『역사적 상상력과 문학』이란 제목의 두 글은 이 같은 문인들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주목된다.
김씨와 박씨는 이 글에서 우리문학의 활로는 우리의 삶 속에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문제화해야하며 현실과 민중의 삶 속에서 문학이 자신의 역사적 역할을 담당하려는 노력을 다하는데서 찾아질 것이며 문학이 스스로에게 한계를 지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씨는 그의 평론에서 우리문학의 침체원인을▲오늘의 소설이 독자에게 그리고 문학인 자신에게까지 호소력이 약하고▲80년대 작가군이라고 할만한 문학적 성취와 문학적 세계를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작가들이 없다 ▲계간지의 황폐로 비평문학이 쇠퇴한 것등 3가지 요인을 꼽았다.
김씨는 70년대 문학에 언급해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 70년대 문학이 창작품의 대량소비로 다수 독자를 확보하여 문화의 민주화를 위한 선도역할을 했고, 그중 뛰어난 작품들은 그 창작의 주제가 근대적 민주주의의 이념이면서 현실을 반영하고 비판했기 때문에 우리 사회· 문화속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70년대 대표작의 예로 든 김씨는 80년대의 문학이 『사람의 아들』을 쓴 이문열씨나『만다라』의 김성동씨 같은 작가를 낳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아 70년대를 극복하고 어떤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 같은 원인을 문학외적 상황의 급격한 변화와 거기에 동반된 문학 내적·외적 침묵의 요점, 혹은 뛰어난 작가의 출현이 없다는 점등과 함께 이문구·금원일·전상국씨에 이르는 한국전쟁의 소설적 수용, 박경리 황석영 김주영씨등의 대하소설을 통해 전개된 민중사의 소설적 형상화등이 꾸준히 진행되어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지만 이제는 더이상 참신한 주제가 되지 못하게 되어 작가들이 뛰어 넘어야 할 여울목을 만나 주춤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김씨는 이같이 꽉 막힌 물꼬를 터주고 산만하게 흩어진 작업들을 새로운 문제의식으로 정리해줄 문학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박태순씨는 우리문학의 침체를 문인들의 역사에 대한인식이 투철하지 못한데서 찾고 있다. 박씨는 문학이 특정한 시대, 특정한 상황속에서 인간을 주인공으로 한 예술적 기록이라 한다면 작가가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졌느냐에 관계없이 그 자체가 역사적인 것임을 강조했다.
박씨는 문학인 자신들이 역사에 「매여있는」사람들임을 느끼고 작품속에「피었어야만 할역사」「이룩해야할 역사」「이루어져야할 역사」를 상상력을 통해 드러내야할 책무를 지고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70년대 문학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대중문화란 가치아래 상업주의에 흐르면서 건전한 정신문화를 배반하는 욕구에 영합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문학의 사회적·현실적 책임을 강조하는 나머지 경직화되는 양극성을 보였다면서 80년대 문학은 『정치에 의해 그 문학적 위치가 상대적으로 선정당하는』휘둘림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
김씨와 박씨는 이 같은 논의 속에서 80년대 문학이 현재 침체해 있지만 성장하고 꽃피울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관점에 일치하고 있다.
김씨는 이문열·김성동씨등의 작품과 이청준씨의 『낮은 데로 임하소서』『잃어버린 말을 찾아서』등에서 인간내면의 탐색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들고 ▲산업사회 속에서의 소외된 인간의 삶 ▲민주적 가치관의 문학적 실현▲경색된 이념과 분단상태의 극복을 위한 지적등의 문제에 문학이 대처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박씨는 70년대 문학작품 속에서 서구문학의 모방이냐, 토속적문학의 예찬이냐 하는 양단논법적 문학관을 극복하고 역사와 전통에서 우리가 처한 민족상황, 우리의 복잡한 현실을 이겨나가기 위한 원동력을 발견하는 기초가 싹텄다고 보고 이러한 우리문학의 싹을 잘 쟁기질하는 노력을 강조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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