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는 링으로 돌아가고 싶다”팬들의 환호성 귓가에 “쟁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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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복서는 언젠가 링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단다』-. 연전에 국내에서 상영되어 팬들의 심금을 울린 영화『챔프』에서 링에 다시 서려는 것을 눈물로 막는 어린아들에게 왕년의 챔피언인 아버지가 하는 얘기다.
주먹으로 일세를 풍미하며 거금을 모았거나 유랑의 신세가 됐더라도 복서들은 링위에서의 화려한 갈채를 잊을 수 없는 것이다.
불혹의 나이 40을 바라보는『떠버리』「무하마드·알리」가 이미 컴백을 선언, 맹훈련을 벌이고 있는가하면『스모킨·조』로 통하는「조·프레이저」(37)는 4일 재기전을 가졌다. 또 웰터급 통합전에서「슈거·레이·레너드」에게 14회TKO 패한「토머스·헌즈」(25)는 한체급 올려 미들급 통합챔피언「마빈·해글러」를 겨냥하고 있다.
이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도 양상이 같아 지난해 전세계챔피언이었던 홍수환·염동균이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재기전을 벌인바있고, 또「안토니오·아벨라르」(멕시코)에게 2회 KO로 무참히 침몰한 폴라이급의 강타자 김태식도 새봄안에 다시 컴백전을 벌이겠다는 소식이다.
헤비급의 라이벌이었던「알리」와「프레이저」는 40년대 『갈색의 폭격기』 라던 「조·루이스」가 돈 때문에 링에 다시 선 것과는 다르다.
헤비급사상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알리」는 오는 12일 카리브해의 바하마군도에서 벌이는 자메이카태생의「트레버·버빅」(WBC 동급4위·캐나다)과의 컴백전을『바하마의 드라머』로 부르고 있다. 프로복싱사상 전무후무한 4번째 타이틀 도전을 노린다는「알리」의 재기전에 대해 그를 아끼던 팬들마저 『추잡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하고있으나 그 자신은『명예와 자존심 때문에 1년2개월만에 글러브를 다시 꼈다』고 옛날처럼 떠벌리고 있다.
「알리」는 지난해 10월2일 WBC챔피언「래리·홈즈」에게 도전했으나 11회에 KO패로 물러나 완전 은퇴상태였다. 그러나 『알리신화』를 부활시키겠다는 미련으로 컴백, 단시일내에 정상에 도전하기 위해 비교적 강자인「버빅」을 고른 것이다.
반면에「프레이저」는 5년 만에 링에 나서는 이유를『헤비급 경기가 재미를 잃어가고 있다. 저돌적인 화끈한 복싱을 펼쳐 팬들을 매료시키겠다』면서 타이틀엔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프레이저」의 아들「마비스」(21)역시 프로 헤비급 복서로 6연승을 기록하고있으며 조카「로드니」(23)도 아마 헤비급에서 3연승을 마크하고 있어 더욱 흥미를 모으고 있다.
이들과는 경우가 다르지만『초특급열차』라는 닉네임을 가진「헌즈」는 지난9월17일 「래너드」와의 세기의 결전에서 32연승(30KO)에 쐐기가 걸리자 궁여지책으로「레너드」를 피해 미들급의「해글러」를 겨냥하게된 것이다. 「헌즈」는 3차방어에 성공 인기를 높여가고 있는「해글러」가 펀치력은 강하지만 스피드가 없다는 점을 간파, 타이틀전에 승산이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한편 24세의 김태식은 악몽같은 KO패 (8월30일)이후 3개월간 은둔생활 끝에 재기를 선언, 다시 세계정상도전을 노려보겠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짧은 팔의 KO왕』「로키·마르시아노」가 무패로 링을 떠난 것은 얼마나 기적같은 일인가.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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