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 소곤 연예가] 조혜련, 코미디 한류에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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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얼마 전, 프로그램 녹화를 위해 분장실에서 만난 개그우먼 조혜련. 요즘 가수에, 연기자에, MC에, 심지어 요가 전도사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는 그녀가 손에 꼭 쥐고 있던 것은 방송 대본이 아닌 일본어 단어장이었다. 그리고 그녀와 모든 스케줄을 함께 한다는 코디도, 매니저도 아닌 이 낯선 여인의 정체는?

"제가 일본진출을 위해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너무 없어서 방송 틈틈이 나는 시간을 쪼개서 이렇게 일본인 선생님께 두 달째 직접 배우고 있어요. 배용준.최지우에 이어서 일본의 한류열풍 속에 대한민국의 웃음 열풍도 한번 일으켜 보려고요."

어느새 방송세월 13년. 그 긴 시간을 단 13분으로 압축, 그녀의 불멸의 히트작만 모아 오디션용 테이프를 만들었다. 그리고 무작정 일본의 한 기획사를 찾아갔는데.

"떨리는 마음으로 같이 모니터를 하는데 순식간에 박장대소가 터지더라고요. 웃음은 만국 공통어잖아요. 그리고는 곧 진출계획을 결정했죠."

여기에 일명 '아나까다'로 불리는 그녀의 기상천외한 노래도 한 몫 했다고. 이웃나라 일본인들 귀에도 쏙쏙 친근하게 들린다니 그렇다면 '지우히메'에 이어 '혜련히메'로 불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 아닌가.

"그런데 연기.노래와 달리 코미디는 바로바로 애드리브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일어를 잘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정말 수험생 마음으로 일어 공부를 하고 있죠, 남편의 증언에 따르면 요즘 제가 잠꼬대도 일어로 한다나요."

한 3년 정도의 장기적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그녀에게 이제 방송 3사 정상의 위치에서 조금은 편해질 수 있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와 새삼 그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물었다.

"남들은 늦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비로소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도전해 볼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베토벤이 그랬대요. '1이 힘들면 1000의 힘을 내라'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이 말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힘차게 기합을 불어넣죠.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운 경제를 위해서 외화도 벌어보려고요."

조만간 연극무대에도 오른다고 하는데 도대체 나이가, 세월이 머물 틈이 없어서 그럴까. 참고로 그녀의 분장 전 피부가 아기보다 더 보드랍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히는 바이다.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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