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술전쟁' 정부가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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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원칙 없고 미온적인 행정처리가 양.한방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보건복지부와 논의도 없이 근육 내 자극치료(IMS)에 대한 자동차보험 수가 적용 방침을 발표했다가 한의사들이 반발하자 한 달 만에 결정을 보류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의사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 IMS 자동차 보험 인정 논란=건교부는 지난달 29일 IMS 시술에 대해 1만~2만원의 자동차보험 수가를 인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IMS 시술의 진료영역을 놓고 양.한방 의료계가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보험급여를 인정해 달라는 의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러자 대한한의사협회는 "건교부 방침이 확정될 경우 28일 전국 한의원이 모두 휴진하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결국 건교부는 27일 한의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재심을 벌여 IMS를 보험 급여 항목에서 일단 빼고 복지부의 최종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29일 성명을 통해 "IMS를 신의료기술로 인정해 보험을 적용해 주지 않을 경우 의권 수호를 위해 대규모 집회 등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 정부의 탁상행정이 부른 갈등=이 같은 양.한방 의료계의 갈등은 정부의 원칙 없고 지지부진한 행정처리에도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건교부는 주무 부처인 복지부의 의견을 제대로 구하지 않고 전문분야도 아닌 IMS 시술에 자동차보험 수가를 적용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한방 측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자 슬그머니 당초 방침을 철회하고 복지부로 공을 넘겼다.

복지부도 그동안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의료계는 2000년 말과 2003년에도 IMS 시술의 보험 적용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복지부는 자료 불충분을 이유로 입장 표명을 유보해왔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의 진행근 과장은 "세금이 쓰이는 보험 적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양측의 갈등이 첨예한 만큼 가능한 한 빨리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 IMS란=일반 침보다 굵은 바늘을 근육 깊이 찔러 강한 자극을 줌으로써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법. 근육통 등에 이용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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