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는 흔들리고, 여당은 뒷짐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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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열린우리당이 오늘부터 1박2일 동안 국회의원과 중앙위원 워크숍을 가진다. 명목적으론 17대 국회 1년의 평가지만 4.30 재.보선 참패 원인을 분석하고 당의 노선과 진로에 대한 토의도 벌일 계획이란다. 최근의 당이 처한 위기 상황을 감안해 중앙위원까지 참가 범위를 확대하고 토론 주제도 넓혔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이번 기회를 통해 집권여당다운 책임 있는 모습으로 새롭게 단장하길 기대한다. 사실 열린우리당의 문제는 여당이면서도 여당답지 못하다는 데 있었다. 이는 열린우리당 스스로 4.30 재.보선의 참패 요인을 분석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재.보선 참패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모습 그대로다. 정치에서도, 정책에서도 여당의 활약상은 실종된 지 오래다. 철도청 유전사업과 행담도 사건에서는 관련자들의 책임을 촉구하는 지도부의 일회용 면피성 발언이 고작이었을 뿐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을 방지하려는 조그마한 노력조차 보여준 게 없다. 청와대가 의혹사건에 휘말려 지리멸렬이면 여당이라도 국정 추스르기에 나서야할 텐데 똑같이 넋 놓고 있는 형국이라 안타깝다. 누군가는 나서서 청와대를 향해 "이래서는 안 된다"고 하든가, 사태의 원인 제공자를 향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의 전반적 운영 시스템도 문제다. 새로 출범한 여당의 지도부가 한 달이 넘도록 이렇다할 비전 하나 제시한 게 없다. 그러는 사이 당내 실용파와 개혁파는 위기의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당정 분리라는 원칙은 책임소재조차 불명확하게 만들어 과연 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의 책임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누가 나와도 다음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는 낙관론은 열린우리당의 교만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 집권여당 내부의 혼란과 부실함이 걱정스러운 게 아니라 그것이 결국 국민의 짐이요, 불안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열린우리당은 병인(病因)부터 정확히 진단하여 제 몫을 하는 여당으로 회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