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송 전담 로펌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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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원.피고가 되는 국가소송에서 정부.자치단체를 대리해 소송을 맡는 법무법인(로펌) 이 내년 4월 설립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27일 "국가소송에서 부당하게 패소하는 것을 막고 위법.부당한 행정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특수 법무법인 형태의 '정부 법무공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 가을 정기국회에 공단 설립에 필요한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법무공단을 설립하기로 한 것은 법률가가 부족해 정부가 국가소송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신행정수도 이전, 새만금 간척사업 등 주요 정책 결정과 행정 행위에서 법률적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는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되면 해당 부처가 담당 공무원을 지정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진행한다. 이때 고검 검사가 소송을 지휘하며 중요한 사건은 검사가 법무관을 지정해 직접 소송에 참여하기도 한다.

법무부 김준규 법무실장은 "공단이 설립되면 정부.지방자치단체.공익 법인의 주요 소송을 맡게 되며 공익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개인소송도 정부 요청이 있을 경우 대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공단은 정부 입법 및 계약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하며 투자협정 등 국가기관의 국제 업무 및 공공사업과 관련한 민간 상담도 맡게 된다.

정부는 일단 30명 정도의 변호사를 채용해 공단을 설립한 뒤 2008년에 40명으로 변호사를 늘릴 계획이다. 공단에 채용되는 변호사는 계약직 신분이며 판.검사 보수의 1.5배를 받게 된다. 법인 설립에 필요한 32억원은 예산으로 지원되며 출범 뒤에는 정부 지원 없이 법무법인이 정부기관 등에서 받는 소송 수임료와 법률 자문료로 운영된다.

지난해 정부 부처가 원고 또는 피고가 된 소송은 8390건이었으며 확정판결을 받은 3233건 중에서 592건(18.3%)을 패소했으며 패소한 금액은 809억원이다.

특히 공항.군부대 사격장 주변 소음 피해와 관련, 피해자가 정부 상대로 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모두 72건(청구금액 2025억원)이며, 재판이 끝난 사건 가운데 정부는 6건을 패소해 46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김준규 법무실장은 "패소율을 0.5%만 줄여도 연간 40억원 이상의 국고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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